2차 주행을 마친 윤성빈(23)이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썰매에서 벌떡 일어났다. 1위. 스켈레톤의 '제왕' 마르틴스 두쿠르스(33·라트비아)를 제쳤다. 마중나온 코치를 한번 껴안은 윤성빈은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 슬라이딩 센터의 관중석으로 돌아서서 두 차례 "와!" 하고 포효했다. 평소엔 좀처럼 얼굴 표정이 없는 편이지만, 이날만큼은 눈가가 붉게 상기돼 있었다. 시상대에서 우승 꽃다발을 받고 나서야 환하게 웃었다.

윤성빈은 19일(한국 시각) 열린 2017 ~2018시즌 스켈레톤 월드컵 2차 대회에서 1·2차 시기 합계 1분37초32의 기록으로 전체 31명 중 1위를 했다. 이번 시즌 처음이자, 개인 통산 세 번째 월드컵 금메달이었다. 두쿠르스는 윤성빈보다 0.63초 뒤진 1분37초95로 2위를 했다.

평소 표정 변화가 별로 없는 윤성빈도 이날만큼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윤성빈이 19일 2차 월드컵 대회(미국 파크시티)에서 우승을 확인한 직후 포효하는 모습. 그는 썰매 제왕 두쿠르스를 꺾고 올 시즌 첫 금메달을 땄다.
윤성빈이 미국 파크시티 슬라이딩센터 스타트 구간에서 썰매에 올라탄 모습.

윤성빈은 지난 11일 열렸던 1차 대회에선 두쿠르스에 이어 은메달이었는데, 8일 만에 메달을 금빛으로 바꾼 것이다. 스켈레톤은 출발선부터 결승선까지 구간을 6개로 나눠 기록을 잰다. 윤성빈은 1차부터 2차 주행까지 12개 구간 기록에서 전부 1위에 올랐다. 그가 전 구간 1위를 달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2차 시기에 기록한 48초50은 파크시티 경기장이 1996년에 생긴 이후 가장 빠른 트랙 레코드였다.

대회를 중계한 IBSF(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연맹) 해설가는 "윤성빈은 이상적인 스타트에 이어 완벽하게 주행 라인을 탔다. 영화 속 아이언맨 같았다"고 했다. 윤성빈은 2013~2014시즌부터 영화 캐릭터 '아이언맨'이 그려진 헬멧을 착용해 '썰매계의 아이언맨'이란 별명으로 불린다.

['스켈레톤 제왕' 제치고 1위, 윤성빈은 누구?]

윤성빈은 지난 시즌까지 8년 연속 세계 1위를 지켰던 두쿠르스를 따라잡는 모양새다. 월드컵은 한 시즌에 8차례 열린다. 두 선수 간 상대전적을 따지면 윤성빈은 2015~2016시즌 1승 7패로 열세였지만 다음 시즌엔 3승 5패로 추격했고, 이번 시즌엔 2차례 대회에서 1승 1패로 동률을 이뤘다. 두 선수는 올 시즌 랭킹포인트 435점씩을 얻어 현재 세계 랭킹 공동 1위에 올라있다.

내년 평창올림픽에서의 금메달 전망은 더욱 밝아졌다. 썰매 종목은 개최국 선수가 타국 선수보다 더 많은 연습을 할 수 있어 홈 어드밴티지가 크다. 이세중 SBS 해설위원은 "해외 코스에서 두쿠르스와 엎치락뒤치락한다면, 안방인 평창에선 훨씬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성빈은 "새 트랙 레코드를 세워 굉장히 기쁘다. 남은 시즌도 잘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동메달은 윤성빈에 0.75초 뒤진 악셀 융크(26·독일)가 받았다. 김지수(23)는 윤성빈보다 1초65 느린 기록으로 11위에 올랐다. 같은 장소에서 열린 4인승 봅슬레이 월드컵에선 원윤종(32)·김진수(22)·서영우(26)·오제한(26)이 호흡을 맞춘 한국이 1차 11위(18일), 2차 10위(19일)를 했다. 봅슬레이·스켈레톤 3차 월드컵은 26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