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거장(巨匠)이 돌아온다. '순풍산부인과'(1998) 이후 이른바 '김병욱 사단'을 꾸려 걸출한 시트콤을 연달아 흥행시킨 김병욱(56) PD가 다음 달 4일부터 신작 '너의 등짝에 스매싱'(TV조선·월~목 밤 8시 20분)을 선보인다. 2014년 종영한 '감자별'(tvN) 이후 3년 만이다.
퇴직금으로 차린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망해 길거리로 나앉은 박영규와 그의 철없는 둘째 딸 박현경(엄현경)이 염치 불구, 첫째 딸 박슬혜(황우슬혜)의 시어머니인 박해미 집에서 '사돈살이'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 PD는 "'순풍산부인과'가 IMF로 실직한 가장의 처가살이를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해마다 80만명이 폐업한다는 불황 속 자영업자 삶을 그린다"고 했다.
그는 연출가 겸 작가로 활동해왔다.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 등 여러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살인적인 스케줄 소화하면서도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시트콤 문법에 맞는 '허를 찌르는 웃음' 제조하는 데 조금은 감(感)이 있는 거 같아요."
이번 작품에선 전체적인 스토리를 구성하고, 최종 대본을 집필한다. 이영철 작가 등 4명의 대본 작가가 초고를 쓰면, 마지막 단계에서 '김병욱표 시트콤' 스타일에 맞게 탈고하는 역할. 메인 연출은 12년 동고동락한 김정식 PD에게 맡겼다. "몸이 다 망가졌어요. 일단 프로그램 들어가면 100% 몰입하는 성격이라 종영 때쯤 몸져눕는 일이 비일비재했죠. 이제는 지쳐서 그렇게 못 찍어요." 그는 "체력 소모 줄이려고 주요 대사는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쓴다"고 했다.
'너의 등짝에 스매싱'은 그에게 "선물 같은 작품"이다. 올여름,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조문객이 모두 빠져나간 자정 시각, 헐레벌떡 한 남자가 달려왔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순풍산부인과'에서 '미달이 아빠' 역할로 나온 박영규였다. 자연스럽게 차기작 논의가 이어졌다.
탈상(脫喪) 후 만난 자리에선 박영규가 "처가살이는 한 번 해봤으니, '사돈살이'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냈다. "뼈대가 만들어져 갈 때쯤 50부작 분량의 짧은 시트콤 제의가 들어왔어요. 그야말로 일사천리였죠. 제 시트콤 열혈 팬이던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떠나면서 주고 가신 선물 같아요."
첫 방송을 3주 남기고 김 PD는 프로그램 제목을 바꿨다. 원제는 박영규가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이라는 설정에서 가져온 '닭치고 스매싱'이었다. "제목이 세 글자씩 정박자로 입에 착착 달라붙어서 오히려 싫었다"고 했다. "줄여서 부르기도 힘들고, 발음하다 혀가 꼬이기도 하는 그런 제목이 좋아요. 인생은 정박자보다 엇박자일 때가 더 많으니까요."
최근 인스타그램엔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그들을막을수없다' '#하이킥'처럼 김 PD의 작품에 해시태그(#)를 달아 올라온 '움짤'(움직이는 사진)이 돌아다닌다. 어린 시절 봤던 김 PD의 시트콤을 추억하는 시청자들이 30초 내외 길이로 웃긴 장면만 재편집해 올린 영상이다. '김병욱표 시트콤'의 여전한 위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너의 등짝에 스매싱'으로 새로운 '움짤거리'를 드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재미만큼은 자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