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야구 선수라고? 초등학생인 내 아들이랑 비슷한 몸집인데?"

2006년 메이저리그(MLB)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트라이아웃 캠프가 열린 베네수엘라 마라카이. 빅리거를 꿈꾸던 16세 소년은 캠프 입구에서 경비원에게 출입을 거부당했다. 초등학생 정도의 작은 몸집은 누가 봐도 운동선수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소년은 기죽지 않고 더 열심히 방망이를 휘둘렀다.

11년 후 호세 알투베(27·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세계 최고의 야구 무대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섰다. 17일(한국 시각)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선정한 2017 MLB 아메리칸리그(AL) MVP를 차지한 것이다. 1위 표 30장 중 27장을 휩쓸며 405점을 얻었다. 이번 시즌 신인왕인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279점)가 2위였다.

어른과 아이? - 메이저리그 최단신(165㎝) 호세 알투베는 올해 아메리칸리그 MVP를 거머쥐며 2017년을 자신의 해로 장식했다. 사진은 지난 올스타전에서 팀 동료 카를로스 코레아(왼쪽·193㎝)와 알투베가 나란히 팔짱을 끼고 자세를 취한 모습.

현재 MLB 최단신(165㎝)인 알투베는 1950년 필 리주토, 1952년 바비 샌츠와 더불어 역대 최단신 MVP 타이기록도 세웠다. 작은 거인은 2017년을 완벽히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아메리칸리그 타격(타율 0.346)·안타(204개) 1위에 오르며 실버 슬러거(포지션별 최고 타자), 행크 애런상(리그 최고 타자) 등을 차지했다. 애스트로스가 1962년 창단 이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다른 선수보다 머리 하나 정도쯤이 작은 알투베는 약점으로 꼽히던 단신(短身)을 무기 삼아 최고가 됐다. 그의 배트 길이(33인치)는 다른 선수들이 쓰는 배트보다 1인치(2.5㎝) 이상 짧다. 대신 방망이를 빠르고 정확하게 휘두르는 스윙으로 안타를 만들어낸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높은 공도 치겠다고 마음먹으면 점프를 해서라도 때려낼 만큼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 애스트로스의 데이브 허진스 타격 코치는 "알투베는 작은 키를 자신의 강점으로 키워냈다"고 평가했다.

알투베는 2014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4년 연속 200안타를 달성했다. 홈런도 최근 두 시즌 연속 24개를 떠트리며 장타력까지 갖춘 완성형 타자로 거듭났다. 동료 사이에서 연습벌레로 통하는 알투베는 근력 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한다. 그는 "어떤 선수든 부족한 점이 있다. 파워를 키우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알투베가 타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해 최근 발사각(角)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알투베는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2011년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뒤로는 평소 즐겨 먹었던 햄버거를 입에 대지 않는다.

내셔널리그(NL)에선 지안카를로 스탠턴(28·마이애미 말린스)이 조이 보토(신시내티 레즈)를 제치고 개인 첫 MVP를 거머쥐었다. 스탠턴은 이번 시즌 홈런 59개를 쏘아 올리며 10년 만에 NL 50홈런 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스탠턴은 2015시즌을 앞두고 말린스와 13년간 3억2500만 달러(약 3570억원)의 천문학적 계약을 맺고 나서 잇따른 부상에 시달렸지만, 올해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