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한 12일쯤 됐을까. 저는 이 분홍빛 면(綿)담요에 싸였고 엄마가 저를 안았죠. 그때 본능적으로 ‘아, 이 사람을 내가 제일 좋아하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생후 네 살 때까지의 기억은 나지 않는 게 일반적인데, 호주 브리스번에 사는 27세의 여성 레베카 샤루크(Sharook)는 태어난 지 열흘 이후 지금까지의 모든 일을 낱낱이 기억한다.

아기 시절의 레베카 샤루크'

그는 전 세계에도 약 60명 존재한다는, ‘매우 탁월한 자전적(自傳的) 기억력(HSAM ·Highly Superior Autobiographical Memory)’을 지닌 사람이다. HSAM에 속한 사람은 어느 날이든 뭘 했는지, 뭘 입었는지, 어떤 뉴스가 있었는지, 작은 일까지도 별 노력 없이 ‘동영상 녹화기’ 수준으로 기억한다.

샤루크는 지난 8일 영국의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든 일이 저절로 기억나나 보니, 두통과 불안·우울 장애까지 와서 너무 힘들었다”며 “다행히 매월 초가 되면 그 달에 있었던 과거의 좋은 기억들을 모두 끄집어내서 안 좋았던 기억들을 상쇄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자폐 증세가 있는 그가 자신의 기억력이 남들과 다른 걸 깨달은 것은 2011년 1월23일. “TV에서 HSAM 증후군 사람들에 대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하나도 놀랄 일이 없어서 부모님에게 ‘왜 놀랄 일이죠? 모두들 다 기억하는 거 아니어요?’라고 물었어요.”

성인이 된 샤루크

그리고 2103년 샤루크도 HSAM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태어나서 대부분의 날들을 요람에 뉘여 장난감을 보거나 옆의 바람개비를 봤던 기억, '특별한 날'인지 엄마가 몸이 근질근질한 옷을 입혀서 울었던 기억을 썼다. 그날은 첫 번째 생일이었고, 엄마는 새틴(satin) 옷을 입혔다고. 샤루크는 또 엄마가 자신의 요람에 넣어준 미니 마우스 인형은 얼굴이 끔찍해서, 말도 못하고 울기만 했다고 썼다.

그러나 왜 극소수의 사람들은 HSAM 증후군을 띠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HSAM 연구가 매우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샤루크는 자신이 “감정의 타임머신을 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 살 때 기억을 하면, 내 마음과 의식은 성인인데도, 감정이 세 살 때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샤루크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대(어바인 캠퍼스), 호주 퀸즐랜드대 뇌 연구소와 각각 기억력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목적은 사람의 기억이 작동하는 방법을 알아내, 치매나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또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들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도 연구한다.

그가 쓰고 있는 ‘퍼즐 같은 내 인생(My Life is a Puzzle)’라는 자서전에선 당연히 생후 4년까지가 매우 큰 분량을 차지한다. 그는 요람 주변의 장난감들이 늘 흥미로웠고 “한 살 반쯤 됐을 때 ‘왜 직접 일어나서 주변 것들이 뭔지 스스로 알아보려는 생각을 안 했지’라고 스스로 물었다”고 한다.

샤루크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바로 엄마 뱃속에서 처음 세상을 나온 날의 기억, 그 전에 엄마 자궁 속에서의 기억은 전혀 없다. 그는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2015년 영국의 ITV 인터뷰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