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8일 오후 1시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들어가던 남 전 원장은 잠시 멈칫하더니 포토라인으로 다시 돌아 나왔다. 그는 작심한 듯 "국정원 직원들은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최고의 전사들"이라면서 "그들이 헌신과 희생한 것에 대해 찬사를 받지 못할망정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담한 현실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육사 25기인 남 전 원장은 육군 참모총장을 지낸 4성 장군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의 첫 국정원장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원으로부터 40억원대 특수활동비를 받아 사용했다는 의혹 등과 관련해 남 전 원장을 장시간 강도 높게 조사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측에 활동비 지원을 먼저 요청했는지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남 전 원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제공했다면 뇌물 공여와 국고 손실 등의 혐의가 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에 대해 정치관여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장관은 연제욱 전 국군 사이버사령관에게 정부와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활동을 지시하고, 그 활동에 투입할 군무원을 선발하는 과정에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관여 행위와 관련해 김 전 장관과 공모한 혐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