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재철 전 MBC 사장 구속영장 청구]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MBC ·KBS 등 공영방송을 장악하려 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7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과 공모해 MBC 방송 제작에 불법 관여한 혐의(국가정보원법 위반, 업무방해 등) 등으로 김재철 전 MBC 사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사장은 2010년 2월 MBC 사장직에 오른 뒤 PD수첩을 비롯해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 제작진을 교체하고 제작을 중단하는 등 방송 제작에 불법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방송인 김미화씨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하는 등 일부 문화·예술인의 방송 출연을 막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MBC 사장에게 내부 조직 인사를 단행하거나 프로그램 제작·편성에 관여할 권한이 있지만, 국정원은 그와 같은 일을 방송사에 요구하거나 압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원법상 다른 기관에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은 직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이 국정원의 불법 행위를 도운 공범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이 원 전 원장 등 국정원 관계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MBC 프로그램 제작진을 교체하거나 프로그램 제작을 중단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에 출연한 문화·예술인을 교체한 것도 국정원 측 요구 때문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국정원이 지난 2010년 3월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이라는 문건을 확보해 수사해왔다. 이 문건에는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퇴출하고 김 전 사장을 중심으로 한 인사 체계를 구축하는 등 고강도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이 이 문건을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전달받은 뒤 이 내용을 그대로 실행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사장이 당시 내부 규정과 절차를 준수해 직원들을 인사 조치하고 방송 프로그램을 새로 편성한 것은 맞는다”면서도 “김 전 사장이 절차를 준수했어도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방송 제작 등에 관여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운 공범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의 구속영장에 이런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사장은 또 2012년 MBC 직원들이 “공정 보도를 해라”며 170일간 총파업하자 파업에 참여한 기자들을 무보직 상태에서 서울 신천역 근처 MBC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도록 징계 조치를 하는 등 인사권을 남용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도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 전 사장의 이 같은 조치가 노조를 무력화한 부당 노동행위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김 전 사장은 지난달 30일과 6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MBC는 장악할 수도 장악될 수도 없는 회사”라며 “제 목숨을 걸고 단연코 국정원 담당자를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었다. 그는 또 파업 직원들을 부당 징계한 혐의에 대해선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49차례, 170일의 파업이 있지 않았느냐”면서 “다른 사람이나 윗사람들의 지시로 그런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