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스토리
황장석 지음 |어크로스|304쪽|1만5000원
“HP의 차고 창업은 실리콘밸리 차고 창업의 대표적인 선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술 기업이 창업 초기에 제품을 개발∙생산∙판매하는 것부터 추후에 투자를 받는 것까지 창업자가 회사를 키워가는 방식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구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돈다’라는 말은 인구 300만 명 남짓의 실리콘밸리가 이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기업이 생겼다가 사라지고 천문학적인 자본이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곳.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 실리콘밸리는 어떤 원리로 움직이고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이 책은 실리콘밸리라는 지역이 대체 어떤 곳인가 하는 호기심에서 출발해 ‘누가, 어떻게 과수원을 실리콘밸리로 변화시켰을까?’, ‘왜 이곳에 전 세계의 수많은 인재와 투자자가 몰려들까?’, ‘유연하고 자유로운 기업 문화를 넘어 젊은 엔지니어들을 끌어들’이는 힘은 무엇일까?’ 등의 질문에 답을 찾아간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차고 창업’이다. 휼렛과 패커드는 1939년 월세 45달러의 주택에 딸린 차고에서 공식적으로 창업을 하면서 차고 창업의 시작을 알렸다. 휼렛패커드는 1970년 직원 1만 6000명에 연 매출 3억 3000만 달러를 달성하며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들의 차고는 1989년 ‘실리콘밸리가 태어난 곳’으로 캘리포니아주의 역사적 랜드마크로 지정되었고, 2007년에는 미국 연방정부가 역사적 장소로 지정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를 선도하는 기술 기업과 천재 기업가의 성공담만으로는 실리콘밸리 생태계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실리콘밸리라는 공간에서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까닭은 개별적 자생이 아니라 상호의존적 공생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공생은 실리콘밸리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구성원과 크고 작은 공동체들의 ‘연결’에서 비롯된다.
실리콘밸리 벤처 기업 육성 기관의 대명사인 와이 콤비네이터. 이곳의 공동 설립자이자 벤처 투자가인 폴 그레이엄은 “너드와 부자가 둘 다 있는 지역만이 신생 기업의 허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운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름방학에 친구들을 이끌고 실리콘밸리로 날아갔다. 그들에게 실리콘밸리는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드는 공간이자 늘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공간’이었다. 전설적인 벤처 투자가 유진 클라이너는 그 자신이 유능한 엔지니어이자 창업가 출신으로, 창업을 희망하는 가능성 있는 너드들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었다.
“실리콘밸리는 IC 위에 만들어졌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IC는 인도계(India)와 중국계(Chinese)를 의미한다. 그만큼 실리콘밸리에 인도계와 중국계 엔지니어가 많다는 뜻이다. 인도와 중국계 이민자들은 각각 페이스북 본사에서 바다 건너 동쪽에 위치한 프리몬트와 애플의 도시 쿠퍼티노를 장악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 모두 20세기 초에 노동 이민자들이 다수 이주하면서 미국에서의 세력이 형성되기 시작했지만, 1980년대 이후부터는 고등 교육을 받은 이공계 인재들의 이민이 주를 이룬다. 이렇듯 실리콘밸리는 가난하고 꿈을 펼치기 어려운 환경의 조국에서 벗어나 꿈을 찾아온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천국이 되어가고 있다.
기자 출신인 저자는 실리콘밸리에 거주하면서 기업 구성원으로서가 아니라 외부의 관찰자로서 보다 넓은 시야로 실리콘밸리 구석구석을 들여다보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출렁이기 시작한 지금, 세계의 표준을 만들어가는 실리콘밸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교양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