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녹음하는 날이 처음 마이크 앞에 섰을 때처럼 떨리더군요. 원고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요. 방송국 제작진이 꽃다발을 건네는데 울컥했어요."

유명 성우 양지운(69·사진)씨가 48년 성우 생활을 마무리했다. 지난 30일 SBS '생활의 달인' 속 익살스러운 내레이션이 마지막 목소리였다. 지난 공로를 인정받아 3일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양씨는 "박수 받으며 떠나 기쁘다"고 했다.

['목소리의 달인' 성우 양지운은 어떤 인물?]

그는 경남 통영에서 보낸 고교 시절 구민, 고은정 등 당대 유명 성우들 목소리를 라디오로 들으며 꿈을 키웠다고 한다. 대학교 1학년이던 1969년 TBC 동양방송 5기 공채 성우로 입문했다. 1980년대 KBS에서 방영된 미국 TV시리즈 '600만불의 사나이'에서 주인공 스티브 오스틴 공군 대령 목소리를 연기해 인기를 얻었다. "양다리와 한쪽 팔을 잃은 군인이 최첨단 기술로 재탄생한 캐릭터였는데 화끈하고 역동적인 성격이 저랑 딱 맞았죠. 꾸미지 않고 제 목소리 그대로 연기했어요."

007 시리즈, 스타워즈 등 외화 더빙을 할 땐 영어 대사를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단어와 억양으로 바꾸려고 사전을 뒤져가며 어미까지 섬세하게 신경썼다. TV 교양·예능에서도 내레이션 단골이었다. KBS '체험 삶의 현장'은 1993년 첫 회부터 2012년 종영까지 20년, SBS '생활의 달인'은 10년 동안 함께했다.

그는 "이제는 평범한 남편과 아버지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고 했다. 양씨는 "성우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본이 중요하다"며 "문장의 향기를 맡고 표현할 수 있는 성우가 되기를 후배들에게 부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