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기간 연장에 반발해 변호인단이 총 사임하는 등 형사재판을 거부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민사소송에는 적극 대응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 김인택 부장판사는 2일 박 전 대통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박 전 대통령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고 보도한 중앙일보와 취재기자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소송에는 박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변호를 맡았다가 사임한 도태우 변호사가 소송대리인으로 출석했다. 애초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으로 활동한 황성욱 변호사가 변호를 맡았는데, 전날 도 변호사가 추가로 투입됐다.
도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민사재판을 진행할 예정인지 묻는 김 부장판사의 질문에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금까지 쌍방 공방도, 증거 신청도 없어 (변론) 기일을 정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측에 원고로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달라고 요청했다.
도 변호사는 재판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몇 건의 민사 소송을 통일적으로 제가 맡고 있다”며 민사소송 대리인으로 계속 변론할 뜻을 내비쳤다.
박 전 대통령도 민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도 변호사는 “(형사재판 변호인을 사임하기 전) 박 전 대통령과 민사재판에 관한 얘기를 가끔 나눴다”며 “내용 같은 걸 물어보고 포괄적인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근황에 대해서는 “특별히 그 부분 관련해서는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형사재판 변호인을 사임한 뒤로는 따로 박 전 대통령을 접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사건 외에도 서울중앙지법에는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여러 민사소송이 제기돼있다.
지난해 12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를 포함한 국민 5001명이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청구 액수는 1인당 50만원으로 총 25억여원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피해자들도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상대로 4억여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