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재정'에 與 "성장·소득재분배에 기여" vs 野 "무책임"
공무원 증원·SOC 삭감·복지지출 확대 두고 여야 충돌
여야가 현 정부가 편성한 429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심의에 돌입했다. 확장재정 편성, 공무원 증원, 복지지출 확대, 사회간접자본(SOC) 감액 네 가지 쟁점을 두고 여야가 충돌했다.
2일 국회예산정책처와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경제재정연구포럼이 주최한 '2018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 여야는 대통령의 공약이 대거 포함된 내년 예산안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보였다.
정부가 지난 9월 1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7.1% 증가한 429조원이다. 예산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0.6% 이후 최대치다.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인상, 건강보험 확대, 기초연금 인상 등 정부의 복지 정책을 실행하는 데 드는 돈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와 민생을 살리기 위해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일자리, 가계소득 증대, 혁신성장, 국민안전과 안보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예산안 심의의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는 이날 토론회에서 여야는 확장재정 편성, 공무원 증원, 복지지출 확대, SOC 삭감 네 가지 지점에서 엇갈린 의견을 보였다.
① 7.1% 재정지출 증가율 적절한가
정부가 내년 재정지출 증가율을 7.1%로 정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윤후덕 의원은 "재정건전성을 훼손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성장에 기여해 재정 확보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한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을 목표로 하는 정책이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게 학계 정설"이라고 강조했다.
윤영진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재정지출 규모는 OECD 32개국 중 31위에 불과하다"면서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한데 조세의 누진성도 떨어지지만 재정규모 자체가 작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조세부담율이 19.5%로 고정돼 있어 재원을 마련하는 조세개혁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에선 무책임한 지출 확대라고 지적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내년 예산안은 현금성 경직성 지출을 크게 늘리고 우리 경제의 기반시설이자 인적자본 축적과 관련한 분야는 지출을 줄였다"면서 "게으르고 무책임한 농부처럼 내년에 뿌릴 씨를 지금 뿌리는 무책임한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지적했다.
정인화 국민의당 의원은 정부가 세입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저성장이 고착화 되고 극단적 양극화가 심화될 뿐 아니라 소득주도성장의 경제 효과가 매우 불확실하고 북핵 등 대외 경제요건이 불투명한데 세입을 과다 산정했다"고 말했다.
세입과 관련해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국세 수입 증가율을 10.1%로 잡았는데 이런 적이 없다"면서 "지난 정권 통틀어 평균 4.7% 정도였는데 두 배를 걷겠다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② 공무원 17.4만명 증원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중앙직 공무원 1만5000명에 대한 인건비 4000억원을 포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동안 공무원 17만4000명을 증원하겠다고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윤후덕 의원은 "17만4000명을 충원하는데 인건비 17조원이 늘어나는데 우리 경제규모가 성장하면 감당 할 수 있다"면서 "총지출 429조원에서 (공무원)인건비가 35조8000억원으로 총지출 대비 8.3%,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야당에선 공무원의 지나친 증원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무원이 많은 나라가 어떻게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나"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예결위 간사인 홍철호 의원은 "이번 예산에는 공무원 3만명 증원에 대한 예산이 포함돼 있는데 총 증가규모가 17만4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했다.
③ SOC 예산 20% 감축
올해보다 20%가 줄어드는 SOC 예산에 대해서도 여야가 충돌했다. SOC 예산 17조7000억원은 2004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다. 정부는 향후 5년 간 SOC 예산을 해마다 7.5%씩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주요 국책사업이 종료되는 게 1조4000억원이고 올해 예산이 이월되는 게 3조원에 이른다"면서 "순(純)감소액이 크게 감소하거나 부족하진 않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OC 투자가)충분히 이뤄졌다는 판단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에선 SOC 예산 감소로 인한 경기 위축을 우려했다. 김종석 의원은 "현 정부 들어와서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고 주택건설 경기는 사실상 동결 상태"라면서 "4조4000억원에 달하는 예산 삭감이 내년 건설경기와 연관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스럽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저하되면 이것 때문이라고 예측한다"고 말했다.
정인화 의원은 "SOC 예산 반영률이 호남권 지자체는 28% 내외에 불과하지만 영남권은 80%대에 달했다"면서 "지역 간 편차와 자유무역협정(FTA), 김영란법으로 피해 보는 농어민에게 큰 실망을 줬다"고 주장했다.
④ 복지지출 확대
내년 복지 예산은 146조2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9%(16조7000억원) 늘어난다. 복지 예산이 146조2000억원으로 전체 지출(429조원)의 34%를 차지한다. 복지 지출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후덕 의원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아이 낳고 노년을 편안하게 하려면 (복지 확대가)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강조했다. 윤영진 계명대 교수는 "아동수당은 저출산 문제와 연결돼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5세에서 12세까지는 중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면서 "이전지출을 확대하는 게 복지효과가 크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김종석 의원은 "우리나라의 인구 구성 때문에 보편적 복지 혜택이 중산층에게 간다"면서 "그런데 증세 얘기는 없어 역진적으로 소득 재분배 효과가 낮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상태로 가면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연금이 20년이면 고갈돼 미래세대를 갉아먹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