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의 주말엔 없는 게 없다. 입이 즐거운 식당, 눈이 번쩍 뜨이는 전시, 귀 호강하는 공연, 마음이 넉넉해지는 벼룩시장까지 온갖 즐길 거리가 몰려나온다. 풍요로운 이태원 주말 목록에 음악 축제가 더해진다. 9일 시작해 12일까지 이태원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일대에서 열리는 '현대카드 뮤직위크 앳(MUSIC WEEK@) 이태원'이다. 음악팬이라면 관심 가질 만한 음악가들의 공연에, 평소 구하기 어려운 음반이 매물로 나오는 벼룩시장이 어우러진 축제다. 대기업 주최라고 지레 색안경 낄 필요 없다. 좋은 음악 즐기고, 희귀 음반 적절한 가격에 구하는 건 덤이니까.
선우정아부터 볼빨간사춘기까지
시작부터 '이태원'스럽다. 축제는 9일과 10일 뮤직라이브러리 지하의 공연장 '언더스테이지'에서 가수 겸 작곡가 선우정아의 공연으로 포문을 연다. 흔히 '인디가수'로 분류되지만 걸그룹 '2NE1'의 히트곡 '아파'를 작사·작곡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선우정아는 콕 집어 어떤 음악을 한다기보다는 대중가요부터 전자음악, 재즈에 어떨 땐 '뽕짝'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혼종(混種)이란 점에서 온 세상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이태원과 닮았다. 특유의 끈적끈적한 목소리와 흥겨운 음악은 500여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과 잘 어울린다.
11·12일에는 같은 공연장에서 6팀의 공연이 이어진다. 모두 가을에 잘 어울리는 음악을 하는 팀들이다. 11일은 '여인천하'다. 색다른 음색과 대중적으로 잘 만든 음악으로 새로운 디지털 음원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여성 듀오 '볼빨간사춘기'와 간드러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싱그럽게 들리는 음악가 '치즈', 담담한 목소리로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드는 음악가 '프롬'이 무대에 오른다.
12일은 '3팀 3색'이다. 왠지 모르게 1990년대 대학가를 떠올리게 하는 성긴 음악으로 많은 팬을 확보한 밴드 '브로콜리너마저', 부담스럽지 않게 관능을 노래하는 남녀 듀오 '김사월×김해원', 꼼꼼하고 사려 깊은 노랫말에 꾸밈없는 음악을 실어서 들려주는 음악가 '권나무'의 공연이 이어진다. 이틀 모두 오후 5시부터 150분간 입석 공연으로 진행된다. 이 외에도 축제 기간 뮤직라이브러리 앞 야외공연장에서 다양한 팀의 공연이 이어진다.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리는 공연은 이벤트 응모를 통해 관람 가능하고, 야외공연은 누구나 볼 수 있다.
언니네이발관부터 비틀스까지
초판, 한정판, 또는 희귀본. 무엇이든 모으는 취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성을 잃게 만드는 단어다. 이번 축제에선 이런 희귀본을 포함한, 중고 앨범을 살 수 있는 벼룩시장도 열린다. 10일 오후 4시에는 뮤직라이브러리 옆 음반가게 '현대카드 바이닐 앤 플라스틱'에서 3인조 밴드 '언니네이발관'의 마지막 앨범 '홀로 있는 사람들'과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리더 타블로의 독집 '열꽃'의 LP판을 최초로 공개하고 판매하는 행사가 열린다. 1명당 1장만 구매할 수 있다.
수집가들에겐 11·12일이 '본경기'다. 뮤직라이브러리 큐레이터들이 전 세계 음반가게와 벼룩시장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중고 LP판 3000여장을 매물로 내놓는다. 특히 주목할 것은 비틀스의 전설적 명반 '서전트 페퍼스 론니하트클럽 밴드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의 모노 버전이 나온다는 것. '비틀스라면 모노 버전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이라면 혹할 것이다. 영국이 내놓은 또 하나의 전설적 밴드 '더 후'의 명반 '셀아웃(Sell Out)' 초회반도 수집가들이라면 탐낼만 한 물건이다.
축제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현대카드 페이스북(www.facebook.com/ HyundaiCard)과 뮤직위크 안내 페이지(vinylandplastic.hyundaicard.com/musicweek.do)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