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주혁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졌다. 향년 45세.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사고는 이날 오후 4시 30분쯤 김씨가 몰던 벤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그랜저 승용차를 추돌하고 나서 인근 아파트 벽면에 부딪치고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김씨가 탄 사고차량의 모습.


김씨는 사고 후 건국대학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그의 벤츠 차량이 심하게 파손되는 바람에 오후 5시 7분쯤에야 차량 밖으로 구조됐다. 김씨는 이송 당시 의식이 없었으며, 병원 측이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오후 6시 30분 사망했다.

그랜저 운전자 A씨는 별다른 부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김씨의 차량이 뒤에서 박은 후 김씨가 가슴을 움켜잡고 있다가 갑자기 돌진하며 다시 차량을 추돌한 후 벽면을 충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현장조사가 끝나지 않아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피해자 및 목격자 조사와 더불어 폐쇄회로(CC)TV, 사고기록장치 등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20년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약했다. 데뷔 초 배우 고(故) 김무생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으나 이후 그는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구축, 아버지의 그림자를 벗어나는 데 성공한 배우로 꼽혔다.

1998년 SBS TV 드라마 '흐린 날에 쓴 편지'로 데뷔했다. 드라마 '카이스트'(1999) '라이벌'(2002) '흐르는 강물처럼'(2002)에 출연하며 배우로 성장했고, 이후 '프라하의 연인'(2005)에서 전도연과 호흡을 맞추며 전성기를 누렸다.

영화에서도 '싱글즈'(2003) '광식이 동생 광태'(2005) '아내가 결혼했다'(2008)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최고 배우 반열에 올랐다. 특히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그가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을 부르는 장면은 지금까지 영화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2013년부터 약 3년간 KBS TV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출연, 수더분한 매력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가며 예능인으로도 활약했다.

'1박2일'에서 하차한 이후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2015) '뷰티 인사이드'(2015) '비밀은 없다'(2016)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2016) '공조'(2017) 등에서 조연을 맡았다.

최신작인 드라마 '아르곤'에서는 주연을 맡아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는 평을 받았다. 이 작품에서 김씨는 정의로운 기자 '김백진'을 맡아 극 전체를 강한 카리스마로 장악하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또 내년 개봉 예정 영화 3편('독전' '흥부' '창궐')에도 참여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김주혁씨가 탄 사고차량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