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의 저자 박유하(60·사진) 세종대 교수의 명예훼손 형사책임을 다룬 2심 재판부가 27일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고 벌금 1000만원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는 "박 교수가 일본에 의해 강제 동원돼 성적 학대를 당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교묘히 허위 사실을 적시해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안겼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지난 2016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9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민사 1심 판결까지 따지면 '명예훼손 책임 있다'→'책임 없다'(1심 무죄)→'책임 있다'(2심 유죄)로 재판이 거듭될 때마다 사법적 판단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제국의 위안부'는 2013년 8월 초판이 나올 때부터 학계 등에서 화제와 논란을 함께 불렀다. '논점이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쪽이 있었지만 '기존 연구와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는 상반된 평가가 있었다. 그때까지는 역사 문제 연구와 관련한 학술적 논의가 위주였다. 하지만 2014년 6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9명이 박 교수를 민·형사 고소하고 이듬해 11월 검찰이 박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면서 법적 심판 대상으로 바뀌었다. 학술서가 소송의 대상이 되는 것은 드문 일이어서 박 교수의 재판은 '학문의 자유' 논쟁으로도 옮아갔다. 일각에선 검찰의 기소를 비판하고, 다른 쪽에선 박 교수를 비판하는 상황이 됐다.

우선 '법적 판단' 부분을 살펴보면 형사사건 1심 재판부는 책에서 문제가 된 표현 대부분은 박 교수의 '의견'에 불과하고, '사실'을 적은 5곳은 누가 명예훼손 피해자인지 특정되지 않았거나 허위 내용이 아니라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책 내용 중 11곳의 표현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했다. '위안부들을 강제 연행한 것은… 공적으로는 일본군이 아니었다' '일본군과 함께 행동하며 전쟁을 수행한 이들이었기 때문' '자발적으로 간 매춘부라는 이미지를 우리가 부정해온 것' 등이 이에 해당된다. 2심 재판부는 '허위'라는 판단을 내린 근거로 조선인 위안부 강제 동원과 일본군의 관여를 인정한 유엔(UN), 국제법률가협회(ICJ) 등 국제기구의 연구 보고서, '고노(河野) 담화'를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박 교수는 위안부 문제를 오랜 기간 연구해 조선인 위안부의 강제 동원 및 일본군 관여 사실을 알면서도 허위 사실을 단정적으로 표현했다"며 박 교수가 자신이 쓴 내용이 사실과 배치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명예를 훼손했다고 했다.

2심은 '학문의 자유'에 대한 법의 개입 문제에 대해서는 "학문의 자유는 보호받아야 하며 잘못된 생각이나 의견이 법관의 형사 처벌에 의해 가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판단을 '유·무죄'를 가릴 때 적용한 게 아니라 양형을 벌금형으로 정할 때 적용하면서 1심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벌금형은 형사처벌 중 가벼운 축에 속한다. 1심은 "학문적 표현은 옳은 것뿐만 아니라 틀린 것도 보호해야 한다"면서 박 교수가 고의적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게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박 교수는 "자료에 대한 검토 없이 선입견만으로 내린 부당한 판결"이라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20년 넘게 이어진 문제이고 여전히 학계에서 연구 중인 주제"라며 "재판에 방대한 자료를 냈는데 1심은 충분한 심리를 통해 판결에 반영됐지만 2심에선 거의 검토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2심이 허위로 판단한 부분은 다른 학자의 의견을 전제로 판단한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법률 자문을 맡은 박선아 한양대 교수는 "부당한 1심 판결을 취소한 재판부의 판단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일본 언론도 관심을 보였다. 요미우리 신문은 "학술적 기술(記述)을 명예 훼손으로 인정한 판결이어서 한·일 양국에서 의문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했고, 산케이신문은 "연구·표현의 자유가 다시 한 번 문제시 될 것 같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