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발원지가 아프리카가 아니고 유럽일 수 있다는 고(古)인류의 어금니와 송곳니 ‘증거’가 발견됐다고, 미국 USA 투데이가 21일 보도했다.

지금까지는 인류의 진화 과정에 존재했던 모든 호미닌(hominin), 즉 아르디페쿠스·오스트랄로피테쿠스·호모 에렉투스 등과 같은 고인류(古人類) 화석을 검토한 결과 ‘아프리카 발생설’이 통설이었다. 또 지금의 현대 인류도 동부 아프리카에서 20만년에서 40만년 전에 출현해서, 7만 년 전에 전 세계로 흩어졌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발견된 인류 조상의 치아 흔적

그런데 작년 9월, 허버트 루츠 박사가 이끄는 독일 마인츠 자연사 박물관 연구진이 독일 에벨스하임 근처에서 발견한 여러 개의 호미닌 치아는 이 통설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치아들은 라인 강밑 지층에서 출토됐는데, 기존에 유럽과 아시아에서 발견된 어떤 인간 종과도 닮지 않았지만 유인원의 치아인 것은 분명했다.

일련의 치아가 발견된 독일 에벨스하임

과학자들의 소셜미디어인 리서치 게이트에 게재된 마인츠 박물관 연구진의 기고에 따르면, “위열 왼쪽 송곳니의 원형 틈과 위열 오른쪽의 첫 번째 어금니가 매우 잘 보존됐고, 성별은 알 수 없지만 동일한 몸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 중 어금니는 ‘루시’를 포함하는 다른 호미니 종(種)에게서 드러나는 어금니 특성을 공유하고 있었다. 루시는 에디오피아에서 어금니를 비롯해 수백 개의 뼛조각으로 발견된 고인류로, 320만 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인류의 조상’이다.

미국 휴스턴의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된, 320만 년 전 루시의 복원 상상 모델

게다가 이번에 발견된 송곳니는 확연하게 유인원의 송곳니 특징을 갖고 있어서, 이 치아들이 조상인류에 해당하는 유인원의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루시보다 훨씬 앞선 970만 년 전에 유럽에 고인류가 존재했다는 얘기가 된다. 인간 계통이 아프리카에서 600만~800만 년 전에 침팬지 계통에서 분리됐다는 ‘아프리카 기원설’이 흔들리는 것이다.

루츠 박사는 이번 발견이 “엄청난 행운이자 엄청난 수수께끼이기도 하다”고 했다. 마인츠 박물관 학자들도 치아 조사 결과에 몹시 놀랐고, 그래서 발표하기까지 1 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발견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담은 보고서는 다음 주에 나올 예정. 마인츠 자연사 박물관장은 기자회견에서 “과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인류의 역사를 오늘부터 새로 써야 한다고 가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