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가 되면서 감기 환자가 부쩍 늘었다.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어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난다. 코가 막히면 세상과 단절된 듯 귀도 잘 안 들리고 답답함을 호소하게 되는데, 이럴 때 비강 스프레이가 절실히 생각난다. 가볍게 뿌려주면 막힌 코가 편안해지며 두통까지 사라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강력한 효과 만큼이나 위험성도 상당하다. 비강 스프레이, 어떻게 사용해야 안전하게 쓸 수 있을까.

코, 우리 몸에서 얼마나 중요할까

코가 우리 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다. 냄새를 맡고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정도의 기능만 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코는 눈과 귀 등 신체 주요 부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공기가 폐로 전달되기 전에 공기의 상태를 관리하는 기능을 한다. 코는 외부의 찬 공기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히터 같은 역할을 하며, 폐로 들어가는 공기가 지나치게 건조할 때는 습도를 채워주는 가습기 같은 역할도 한다. 코털과 코점막은 유해물질을 걸러주고 나쁜 균을 잡아 죽이는 살균 정화 기능도 맡고 있다.

또 코는 뇌 일부분으로 불릴 만큼 뇌 기능에 큰 역할을 한다. 콧속에는 뇌로 통하는 혈관이 많아 코가 세균에 노출될 경우 뇌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루 평균 2만3400회, 1만3500L의 공기가 코를 통해 드나든다. 코를 지나 폐에서 혈액으로 들어간 산소의 20%가 뇌에서 소모된다. 뇌가 원활히 기능할 수 있는 데에 코가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는 의미다. [관련기사 더 보기 ▶ 호흡이 뇌 건강을 좌우한다]

가을철, 코는 '과로'하다

들어오는 공기가 온도와 습도 조절이 안 된 채 폐 속으로 직행하면 폐점막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이 때문에 폐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코가 가습기이자 히터이자 청정기의 일을 한다. 문제는 가을이 되면 공기가 차고 건조해지는 데 있다. 코는 차고 건조한 공기를 따뜻하고 촉촉한 공기로 바꾸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자연히 '과로' 할 수밖에 없다.

코가 특히 과로하는 시간은 언제일까. 코는 일교차가 커질수록, 기온 차가 나는 간격이 짧을수록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신체의 움직임까지 없다면 할 일은 배가 된다. 따라서 신체 활동이 가장 적은 새벽이나 아침에 코 질환 증상이 심해진다. 자고 일어났는데 코가 막혀있어 코맹맹이 소리가 나는 걸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막힌 코에 칙! 칙!… 성분은 살펴보셨나요

콧물, 코막힘, 코 가려움증, 콧속 부음 등 코 질환의 치료제에는 항히스타민제, 크로몰린 소디움, 충혈제거제, 항콜린제, 스테로이드제가 있다. 어떤 성분은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받을 수 있고, 어떤 성분은 약국에서 쉽게 사서 쓸 수 있다. 이들은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을까.

■스테로이드제: 가장 강력한 약제로 코점막의 염증을 감소시키고 면역반응을 억제한다. 알레르기·비(非) 알레르기 비염, 코막힘, 코 가려움증, 재채기 및 콧물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코점막에 국소적으로 투여했을 때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는 코의 작열감, 딱지, 건조감, 혈흔 같은 것이 있다. 스테로이드제는 분무 후 5~7일 이 지나야 최대 효과가 나온다.

■항히스타민제: 콧물·재채기·코 가려움증에는 효과가 있지만 코막힘에는 효과가 미미하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중추신경계에 대한 진정작용으로 졸음이 오는 것과 입안이 마르는 구갈증이 있다.

■크로몰린 소디움(Cromolyn sodium): 알레르기 비염에서 코 가려움증, 재채기, 분비과다 및 코막힘의 증상을 줄인다. 재채기, 코가 매운 느낌, 코점막 자극증상 등의 미미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증상의 개선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수 주일간 하루 4번 정도 투여해야 하므로 알레르기 반응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사용한다. 임산부나 소아에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약물 중의 하나다.

■항콜린제: 콧물 억제에는 효과적이지만 다른 코 증상에는 효과가 없다.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감기일 때 콧물은 주로 부교감 신경(콜린성) 자극 때문에 나타나는데, 항콜린성 제제는 점액을 분비하는 세포의 분비 감소를 일으키는 작용을 한다. 부작용은 가볍지만 코와 입의 건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충혈제거제: 코점막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류를 감소시킴으로써 코막힘을 일시적으로 호전시켜 주는 작용을 한다. 코막힘이 뻥 뚫리고 숨쉬기도 편해진다. 하지만 충혈제거제를 장기간(7일 이상) 사용하게 되면 반동 현상으로 오히려 코점막이 더 붓게 돼 코막힘이 심해지고 *'약물성 비염'의 발생 가능성이 있다. (

)

우리가 비강 분무용으로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제품들의 성분이 이 충혈제거제에 속한다. 충혈제거제는 코감기 같은 급성 질환일 때에 일시적으로 쓸 것을 권하고 있다. 만성 질환에서도 작용은하지만,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중단하기 어려운 유혹에 빠지고 '약물성 비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약물성 비염이 발생하면, 약물 치료가 어렵고 증상에 따라 수술이 필요할 경우까지 생긴다. [관련기사 더 보기 ▶

[비강 스프레이, 왜 7일 이상 쓰면 안되나요?]

]

코 푸는 것도, 코에 뿌리는 것도 요령이 있다!

콧물이 줄줄 흐르거나, 코가 막힌 답답함에 힘껏 코를 푸는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코에 통증이 온다. 콧속이 헐기도 하고, 코 푼 휴지에 피가 내비칠 때도 있다. 이럴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콧물, 들이마셔 뱉거나 한쪽씩 살살 풀거나
가장 기본적인 고민은 코가 막히거나 콧물이 많을 때 코를 푸는 게 좋을지, 아니면 그냥 두는 게 좋을지다. 정답은 코를 풀어야 한다는 것인데, 다만 코 양쪽을 막고 너무 세게, 자주, 억지로 풀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시적으로는 두통과 귀 먹먹함 등을 느낄 수 있고, 심각해지면 중이염이나 고막파열까지도 일어날 수 있다.

안전하게 코를 푸는 법은 무엇일까. 미국 의료 협회에서는 한 번에 한쪽만 풀도록 제안하고 있다. 한쪽을 가볍게 누르고 다른 한쪽을 푼 뒤 반대로 하는 것. 또 콧물이 쌓일 기회를 주지 말고 코가 막히면 자주 풀되 부드러운 화장지를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콧물을 들이켜 뱉어내는 게 있다. 김종엽 의사(건양대학교병원 기획조정부실장)는 자꾸 앞으로 풀다 보면, 코 앞쪽 점막이 헐고 잦은 코피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코를 들이마셔 뱉어내는 게 의학적으로는 더 정석이라고 주장한다. [관련기사 더 보기 ▶ 코, 풀지 말고 마셔야…코딱지는 파면 안 돼]

고개를 숙인다 → 코 한쪽을 막는다 → 코 바깥쪽을 향하게 각도를 조정하고 뿌린다

고개 숙이고 코 바깥쪽 옆면으로… 잠시 숨 멈춰야
비강 스프레이를 사용할 때는 위에서 설명한 방법 중 하나를 택해 먼저 코를 풀어줘야 한다. 콧물이 가득하면 약이 제대로 흡수될 수 없기 때문. 코막힘이 심하다면 식염수로 코를 씻는 것도 도움이 된다.

비강 스프레이는 고개를 숙여 발을 바라본 상태에서 코 바깥쪽 옆면을 향해서 뿌린다. 보통 서 있는 자세에서 코 가운데로 뿌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스프레이가 목으로 넘어가거나 콧속 자극을 받아 코피가 날 수도 있다.

쏘고 난 직후에는 잠시 숨을 멈춰 코점막에 약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다. 비강 스프레이 사용 후 주의할 점은 분사 후 15분 내에는 코를 풀지 않도록 한다는 것. 또, 코가 얼얼한 느낌이 들거나 잠깐 재채기가 나올 수 있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관련기사 더 보기 ▶

[약사가 직접 설명하는 비강 스프레이 뿌리는 법 (영상)]

]

콧물·코막힘 증상을 예방하는 법

콧물과 코막힘 등의 증상은 일상생활에서 의외로 심각한 스트레스다. 이런 증상을 완전히 예방하는 방법은 없지만, 덜 겪을 수 있게 하는 예방법은 있다. 바로 코의 과로를 막고 코의 면역력을 높여 주는 것이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우선은, 코가 과로하지 않도록 온도와 습도를 맞춰준다. 외출 시에는 마스크나 스카프 등으로 코와 목을 따뜻하게 해주고, 실내에서는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실내 온도는 18~22도, 습도는 40~60% 정도가 좋다. 또, 평소에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르고 기초대사량을 높여두면 좋다. 운동을 하면 호흡기도 튼튼해지고 면역력도 향상된다. [관련기사 더 보기 ▶ 가을에 심해지는 알레르기 비염, 예방법 3가지]

■출처
알레르기성 비염 (나영호, 1998)
임상진료지침 정보센터 (약물요법: 국소용 가이드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