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김재인 지음 | 동아시아 |373쪽|2만 원

“여러분은 앞으로 뛰어난 인공지능과 살아갈 시간이 길 거예요. 그 속에서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새로운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 또는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 엘론 머스크는 지난 몇 년 동안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피력해왔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이 북핵 분쟁보다 세계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으며, 인공지능이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티븐 호킹과 빌 게이츠도 인공지능의 미래에 묵시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국내에서도 알파고 이후로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감이 높아졌다.

이 책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Can machines think)?” 이 질문은 인공지능과 컴퓨터의 시초가 된 앨런 튜링이 1950년 논문에서 던진 질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앨런 튜링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인공지능이 개발되어온 역사와 프로그램되는 방식 및 최신 연구 성과들을 살펴보는 과학적 접근과, 튜링의 질문으로부터 인간의 생각, 지능, 마음이 무엇인지를 추적해가는 철학적 접근의 투 트랙(Two-track) 방식으로 해답을 찾는다.

‘철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사고력 강의’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정확한 과학적 사실과 심도 있는 철학적 논의가 함께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 대부분이 인공지능을 과도하게 ‘의인화’하는 데서 생겨난다고 지적한다.

기계와 인공지능은 바둑이든 운전이든, 어떤 분야에서든 인간을 뛰어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모든 일을 뺏기고 마는 것일까? 저자는 결국 우리는 인공지능이 뺏을 수 없는 일,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을 해야만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창작 활동’을 제안한다.

모두가 예술가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창작이 학습의 핵심 활동으로 여겨지고, 각 개인이 창작자가 되어보고 메이커가 되어보는 경험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것.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당장 교육 과정에서 그런 과제를 던져주지 않으면 머지않아 우리 아이들이 인공지능과의 경쟁 끝에 할 일을 빼앗기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삶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인기 교양 과목인 ‘컴퓨터와 마음’을 엮은 것이다. 수년간 공대생들에게 필수 과목이었던 이 수업은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가 역설적으로 우리 ‘인간’ 자신을 다시 되돌아볼 시기임을 말해왔다. 부드러운 구어체로 쓰여있어 실제 강의를 듣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