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시는 태백산맥 줄기의 보현산(해발 1124m)을 중심으로 한 산악 지대의 아래쪽에 자리 잡은 고장이다. 경부고속도로와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 철도(대구선·중앙선), 국도(4번·28번·35번)가 지나는 교통 요충지이기도 하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바이오메디칼생산기술센터 등을 갖추고 산업도시로 변신해가는 영천은 항공 산업 등을 집중 육성하는 '하이테크 도시'로의 도약까지 노리고 있다.

◇첨단 항공 산업 거점으로

경북도와 영천시는 2015년 5월 녹전동에 '보잉 항공전자 MRO(Maintenance· Repair·Overhaul, 유지·보수·정비) 센터'를 세웠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미국의 보잉사와 협약을 맺어 센터를 유치하고, 221억원을 투입해 1만4000㎡ 부지에 건물 930㎡ 규모로 지었다. 핵심 장비는 보잉사의 항공전자 다기능 자동 점검 시스템이다. 항공전자 부품에 대한 완전한 진단 시험 시스템으로, 최첨단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있다.

지난 20일 경북 영천시 녹전동에 있는 보잉 항공전자 MRO센터 앞 광장에서 직원들이 포즈를 취한 모습. 경북도와 영천시가 미 보잉사와 협약을 거쳐 2015년에 설립한 이 센터는 보잉사의 방위산업 부문 시설로는 아시아에서 유일하다. 이곳에선 보잉사가 제작한 F-15K뿐 아니라 E-737 조기경보통제기, 아파치·치누크 헬리콥터 등의 전자부품 결함 분석과 정비를 하게 된다.

영천 MRO 센터에선 보잉사가 제작한 한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 F-15K와 연관된 부품 36종에 대한 MRO 기능을 수행한다. 대구 K2 공군기지의 F-15K 전투기들에 탑재되는 컨트롤박스 등 항공전자 부품을 공급한다. 2024년까지는 E-737 공중 조기 경보기, 아파치 헬리콥터, 치누크 헬리콥터 등으로 기종을 확대하면서 취급하는 항공전자 부품도 225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보잉은 이곳을 아시아·태평양의 MRO 거점으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와 영천시는 앞서 2013년 7월~지난해 10월까지 사업비 370억원을 들여 시험 평가 장비 30여 종을 구축해 국내 최초로 '항공전자 시험 평가 센터'를 완공했다. 2022년까지 2220억원을 투입해 영천시 중앙동·화산면 일원에 124만㎡ 규모로 조성하는 영천하이테크파크지구 개발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항공전자 부품 특화단지 및 스마트 자동차 부품 산업 육성이 목표다. 김영석 영천시장은 "한국형 전투기, 무인 항공기, 민수용 항공기 등의 스마트 부품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면서 "첨단 항공 부품을 개발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별 볼일' 많은 도시

영천시 화북면 보현산(해발 1124m) 인근에 있는 국립천문대는 1996년 문을 연 이후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관측한 별 13개 중 12개를 발견했다. 1만원짜리 지폐 뒷면에 새겨진 광학망원경(지름 1.8m)이 이 천문대에 있다. 우주의 생성과 진화를 연구하는 보현산 천문대는 4~6월과 9~10월 넷째 토요일(오후 2~4시)마다 일반에 공개된다. 보현산 천문대 입구 산기슭 정각리 별빛마을에 자리한 천문과학관은 청소년들에게 우주과학에 대한 꿈과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09년 5월에 문을 열었다. 국내 최초 5D 돔 영상관을 갖췄다.

영천시는 지난 6월 보현산 별빛테마마을에 옛 정각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숙박 시설(본관 1동, 펜션 4동)을 만들었다. 건물 2층 전면이 하늘을 향해 20도 기울어진 대형 유리로 되어 있어 방에 누워서 별을 볼 수 있다. 천문 전시 체험관과 인근 1만5000㎡ 터에 조성하는 별빛야영장은 내년 2월 개장한다. 글램핑(고급 장비나 음식을 갖춘 캠핑)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보현산 천문과학관 옆엔 2020년까지 보현산우주과학관(연면적 1000㎡)이 들어선다.

◇말 산업도 성장 동력

영천시는 2015년 정부로부터 말(馬) 산업 특구지역으로 지정받았다. 2009년 승마장을 만들어 연간 2만여 명을 유치하고 있다. 시는 2007년 전국 최초로 '말 마라톤' 격인 말 지구력 승마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매년 전국승마대회, 말 한마당 축제, 전국종합마술대회, 국제유소년승마대회를 열고 있다.

시는 말 산업 육성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2019년까지 경주마 휴양 시설 건립, 영천 금호강변 마상재(馬上才·말 위에서 펼치는 곡예) 복원 및 공연장 조성, 전문 인력 양성 기관 육성, 농촌 승마 체험 시설 확충, 말 생산 농가 육성 등의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또 경북도, 마사회와 손잡고 2021년까지 영천시 금호읍 일대 터 148만㎡에 3657억원을 투입해 영천 경마공원(렛츠런 파크)을 들이기로 했다. 서울(115만㎡·과천), 부경(124만㎡·김해) 등 기존 국내 경마공원보다 크다. 영천시는 경마공원이 문을 열면 연간 871억원 정도의 지방세 수입과 60만명의 관광객 유치 효과, 1500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 연간 1500억원의 경제 유발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