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수니파란?]

이스라엘 외교가에서는 지난 9월 걸프(Gulf) 아랍 국가의 한 유력한 왕자가 '아랍의 앙숙'인 이스라엘을 극비리에 다녀갔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고, 이 왕자의 정체도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AFP통신은 20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베일 속 아랍 왕자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32·사진)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 9월 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을 만나 중동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사우디 왕세자가 이스라엘을 방문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걸프 아랍 국가는 이스라엘을 국가로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아랍 땅' 팔레스타인을 불법 점령한 유대교 세력이라고 비난해 왔다.

빈살만 왕세자가 '아랍의 불문율'을 깨고 이스라엘을 찾은 건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를 위협하는 시아파 맹주 이란에 맞서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는 이란이 지난 2015년 핵협상을 타결하면서 제재에서 벗어나 정치·경제적으로 급부상하자 이란에 지역 주도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빠져 있다. 이란은 최근 시아파 정권인 시리아 등 전통적 우방국뿐 아니라 카타르 등 수니파 국가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등에 군사적 위협을 느끼고 있어,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이란에 대해 강경한 외교·안보 정책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