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학업계 거목' 이수영 OCI 회장 별세]

50년 가까이 우리나라 화학산업을 이끌고 태양광 산업을 개척해온 이수영 OCI 회장이 21일 오전 75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1942년 9월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불리던 고(故) 이회림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경기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경영대학원을 마쳤다. 1970년 동양화학(OCI의 전신) 전무로 입사해 본격적인 경영자 수업을 받았다. 1979년 사장, 1996년 회장에 올라 최근까지 회사 경영을 총괄하는 등 50년 가까이 '화학 한 우물 경영'을 펼쳤다. 그동안 OCI 자산·매출은 1500배 늘었다.

고인은 당시 흔치 않은 유학파 출신 경영자로 유학 시절 구축한 넓은 인적 네트워크와 선진 경영 기법을 적극 활용했다. 미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세계적 화학기업과 사업 협력을 하고 인수·합병(M&A)을 통해 선진 화학 기술을 도입했다. TV·반도체·자동차 등 핵심 산업의 기초 재료 공급을 통해 수출 주도 경제 성장에 기여했으며 한국 화학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는 기반을 다졌다. 현재 OCI의 주력 사업인 태양전지 핵심 소재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은 고인의 결단으로 2006년 시작됐다. OCI는 3년 만에 폴리실리콘 분야에서 글로벌 3위 업체로 성장했다.

고인은 평소 "남에게 피해를 줄 일, 욕먹을 일은 애당초 하지 마라. 돈을 버는 일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사람 향기 나는 따뜻한 경영을 추구해왔다. OCI에 노사분규가 없었던 것도 고인이 '사람이 곧 기업'이라는 창업 정신을 따라 노사 화합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그는 평생 신용·검소·성실이라는 개성상인의 3대 덕목을 실천했다. '기업도 시민'이라면서 사회 공헌 활동에는 아낌이 없었다.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 동안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지내면서 불모지와 다름없던 한국 빙상을 세계 정상급으로 성장시켰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지낸 고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노사민정(勞使民政) 비상대책회의' 운영을 제안해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다. 경총은 "산업계를 넘어 스포츠, 문화 발전에 큰 공헌을 해온 고인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며 애도를 표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경자 여사와 장남 이우현 OCI 사장, 차남 이우정 넥솔론 관리인, 장녀 이지현 OCI미술관 부관장이 있다.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과 이화영 유니드 회장이 동생이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차려졌고, 25일 오전 8시 영결식을 갖는다. (02) 2227-7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