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가 낳은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490년에 그린 ‘살바토르 문디(세계의 구세주).’ 예수가 오른손가락을 꼬아 축복을 기원하고 왼손으로는 구체(球體)를 감싸 쥔 그림이다. 그런데 가디언은 원근법과 건축, 과학에서도 ‘천재’였던 다빈치의 이 그림을 놓고, 일부에서 ‘의문’이 제기된다고 20일 보도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세계의 구세주)’

‘의문’을 제기한 사람은 다빈치 평전을 쓴 미국의 유명한 전기(傳記)작가 월터 아이작슨. 그는 “다빈치는 만능 예술가의 전형으로, 미술·건축·과학·의학 등에 모두 잘 알고 있는데, 왜 왼손에 든 구체는 현실적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유리공을 지나는 빛의 굴절, 왜곡 현상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손과 옷깃.

아이작슨은 “구형이나 렌즈 모양을 한 유리나 크리스털은 확대나 반전 등을 통해 뒤의 물체가 왜곡돼 보이는데, 다빈치는 빛이 굴절되거나 왜곡되지도 않는 빈 유리거품처럼 그렸다”고 말했다. 즉, 다빈치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던 과학 상식에 따라 그렸다면 “이 유리구(球)의 뒤쪽에 보이는 옷깃이나 손이 더 크게 보이고 선이 달라지는 왜곡 현상을 반영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다빈치가 빛의 굴절과 왜곡 현상 등을 연구해 적어놓은 노트북

아이작슨은 “다빈치는 당시 다른 각도에서 비치는 빛의 그림을 노트북에 기록할 만큼 광학 연구에 깊이 빠져 있었다”며 “빛의 반사와 굴절 방식을 강박적으로 알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빈치가 일부러 그렇게 그린 것인지, 아니면 예수와 그가 쥔 구체(球體)가 지닌 ‘비밀스러운 능력’을 표현하려고 했는지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국의 미술평론가인 마이클 데일리는 “다빈치는 광학의 모든 원리를 알고 있었지만, 단지 귀찮아서 생략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경매회사 크리스티의 대변인도 “다빈치 작품은 수수께끼와 모호성으로 유명하다”며 “광학과 빛의 원리를 따라 구체의 ‘왜곡된’ 배경을 그렸다면, 그림이 너무 산만해져 다빈치는 일부러 과학적 원리를 무시하고 그린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