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규제 따르지 않아도 불이익 처분 안할 것" 명시해놓고 스스로 위반
올 8월까지 86건 비조치 신청 중 43건 반려…비조치 발급은 17건에 불과
금융위원회가 겉으로는 ‘금융규제 완화’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규제 완화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행정지도나 가이드라인같은 이른바 ‘그림자 규제’를 사실상 강화하는가 하면, 규제완화를 위한 제재 비(非)조치 신청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17일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운영 현황’을 분석해, 금융위가 규제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남발하느라 본인들이 만든 ‘금융규제 운영규정’을 스스로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가 12개, 금감원이 19개의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는 지난 2015년 9월 그림자규제 관행 철폐를 위한 ‘행정지도 등 그림자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같은해 12월 ‘금융규제 운영규정’을 신설했으며 지난 9월 현재 31건의 가이드라인을 운영 중이다. 이중 올해에만 13건의 가이드라인을 새로 마련한 것으로 확인돼, 비공식적인 행정지도와 같은 ‘그림자 규제’ 철폐에 대한 금융규제 개혁기조가 무너졌다는 지적이 많다.
또 ‘금융규제 운영규정’ 제7조제4항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등이 금융 행정지도에 따르지 않았다는 것만을 이유로 하여 불이익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금융당국이 이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016년 1월 금감원이 발급한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에 대한 비조치의견서에도 이와같은 내용을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금융당국이 지난 5월 25일 발표한 `P2P대출 가이드라인’ 보도자료에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연계 대부업체에 시정명령 등 감독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명시했다”며 “금융당국이 본인들이 만든 ‘금융규제 운영규정’을 위반하여 시장을 규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그림자 규제를 철폐하겠다던 금융위의 금융규제 개혁기조가 무너진 것 같아 큰 우려가 된다”며 “금융당국은 더 이상 가이드라인이나 행정지도의 이름으로 그림자 규제를 양산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또 김 의원이 17일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3년간 비조치의견서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운영 중인 비조치 의견서의 비조치 발급 비율도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조치 의견서는 신청인이 요청하는 경우 금융당국이 제재 등의 조치나 처분을 취할지에 대한 의사를 사전에 표명하는 제도다. 비조치 신청에 따라 경제주체의 특정행위가 법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회신하는 경우, 금융당국은 해당 행위에 대해 사후에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비조치 신청을 수용해 비조치로 발급하는 것은 금융·투자회사에 대한 규제완화 조치로 이해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7월 신(新) 사업영역을 발굴하고, 신상품 개발 등 금융회사 등의 영업활동에 대한 법적 불안정성을 제거하는데 유익할 것으로 판단해 비조치의견서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비조치의견서 신청은 지난 2015년 143건, 2016년 126건, 올해 8월까지 86건 등 총 355건이 접수됐다. 이중 비조치는 126건(35.49%)이며 해마다 비조치 발급 수(73건→36건→17건)가 줄어들었다. 특히 올해는 8월말 기준 86건의 비조치의견 신청 중 19%(17건)만 비조치가 발급되고 무려 50%(43건)가 반려됐다.
김 의원은 “금융당국이 비조치의견서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많이 미흡한 것 같다”며 “금융당국이 비조치 발급에 매우 소극적으로 임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금융당국은 “기존에 발급된 의견서와 내용이 중복되거나 신청 내용이 수사기관의 수사 중인 경우, 그리고 신청인이 철회하는 경우 반려될 수 있다”며 “올해부터 신청인과 금융당국 담당자 간 직접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상담과정에서 서면 답변이 불필요하게 된 경우가 발생하거나 신청인이 조치의견이 발급될 예정임을 먼저 알고 철회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종석 의원은 “신청인이 조치의견이 발급될 줄 알고 신청을 철회한 것은 담당자가 조치의견 발급을 줄이기 위해 사전에 고의적으로 조치의견을 말해 준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비조치의견서 제도를 운영하면서 신청인에게 미리 ‘된다. 안 된다’라는 판단과 함께 ‘되는 방향’을 함께 제시하는 컨설턴트의 역할을 병행해야 한다”며 “규제를 잘 지키도록 가이드하는 것도 금융당국의 역할이자 선진적인 규제 방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