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올해 9회째인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처음으로 아시아 10위권에서 탈락했다. 아시아 대학 평가를 시작한 2009년 8위로 출발해 2012~2014년 4위까지 올랐지만, 2015년 8위로 순위가 크게 떨어진 후 올해 11위까지 내려앉은 것이다. 한국 최고 대학이 10위권에서 탈락한 것에 대해 대학가에선 "충격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대, 저조한 국제화에 발목 잡혀
서울대는 올해 조사에서 '학계 평가'와 '졸업생 평판도' 모두 아시아 7위로 우수한 수준이었다. 교수당 학생 수(29위), 교수당 논문 수(39위)는 지난해보다 3계단, 13계단씩 올랐다.
하지만 오랜 골칫거리인 국제화 지표에서 또다시 발목을 잡혔다. 아시아 대학 평가는 '외국인 교원 비율' '외국인 학생 수' '해외로 나간 교환학생 수' '국내에 들어온 교환학생 수' 등 네 가지 지표로 국제화 수준을 평가한다.
서울대는 외국인 학생 수(77위) 항목에서 지난해보다 한 계단 떨어졌고, 외국인 교원 수(71위)는 전년 대비 12계단이나 추락했다. 또 국내로 들어온 교환학생 수는 65위, 국외로 나간 교환학생 수는 109위에 그쳤다.
서울대는 전체 교원(3930명)의 약 11%가 외국인이다. 반면 아시아 최선두권인 난양공대, 홍콩과기대, 홍콩대 등은 교수진의 70%가 외국인으로 서울대보다 훨씬 비율이 높다. 서울대 관계자는 "우수한 외국인 교수를 홍콩·싱가포르가 아닌 서울대로 데려오려면 교수에게 더 좋은 점이 있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면서 "연봉은 낮고, 연구 환경은 열악하고, 국제학교 부족 등 자녀 교육 환경까지 안 좋은데 누가 오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인 입양아 출신으로 처음 서울대 교수가 됐던 박 소렌슨 교수가 4년 만에 서울대를 떠나 홍콩중문대로 옮기는 등 애써 뽑아놓은 외국인 교수의 이탈 문제도 심각한 상태다. 서울대 공대 A교수는 "연구 자체를 한국어 위주로 진행하다 보니 외국인이 살아남기 쉽지 않다"면서 "연구를 혼자 하는 게 아니고 남과 협력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니까 공대에서 정착한 외국인 교수가 지금까지 1~2명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논문 발표도 질보다 양에 치중
서울대는 '논문당 인용 수'에서도 전년도보다 네 계단 낮은 28위를 기록했다. 논문당 인용 수가 높다는 것은 질 높은 논문을 많이 생산한다는 뜻이다. 서울대 인문대 B교수는 "교수 업적 평가가 논문의 질보다 양에 치우쳐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좋은 논문을 쓰려면 오랫동안 파고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덜 중요한 논문 여러 편 쓰면 인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굳이 힘들게 인용이 많은 논문을 쓰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논문당 인용 수' 지표가 서울대의 저조한 국제화와 연관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 C교수는 "괜찮은 논문이 나와도 서울대 교수의 국제 학계 교류가 적어 외국 교수가 인용을 잘 안 해준다"면서 "학계 인맥이 막강한 노벨상급 외국인 교수를 데려오려 해도 '그 돈을 주고 왜 외국인을 데려오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국인 교수 영입에 거부감이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국제화 부문은 서울대뿐 아니라 한국 대학의 공통적 취약점이다. 지난해 6위에서 올해 4위로 순위가 오른 카이스트도 외국인 교원 비율이 65위, 외국인 학생 수가 102위에 그쳤다.
마틴 잉스(Ince) QS 학문자문위원장은 "서울대를 포함한 한국 대학들이 전반적으로 국제화 지표 점수가 놀랍도록 낮다"면서 "아시아 대학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한국 대학이 국제화 부문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