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당연시하는 사회가 더 이상 계속돼선 안 된다"며 노동시간 감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추진 또는 행정 해석 변경을 지시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노동시간 당장 감축'이 시행될 경우 부담이 가중된다며 반대하고 있는 재계를 여러 방법으로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잇따른 집배원 과로사, 화물차·고속버스 등 졸음운전 등이 원인이 된 대형 교통사고를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세계적으로 고용률이 70%를 넘는 국가 중 연간 노동시간이 1800시간을 넘는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도 연간 노동시간이 300시간이나 더 많다"면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없이는 고용률과 국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부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책임 있는 결단과 실천을 해야 할 때"라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18대 국회부터 충분한 논의를 거친 만큼 반드시 통과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했으며, "만약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 재량으로)행정 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 대선공약이었던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연내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대선 당시 주요 대선주자가 모두 세계 트렌드에 발맞춰 노동시간 감축을 거론했지만, 문 대통령은 특히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같은 수단을 동원해 3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저출산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은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문 대통령의 '소득주도 성장론'의 중요한 두 축을 이루는 개념이어서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법 개정은 수년째 노사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국회에서 수년째 공전돼왔다. 특히 사용자 측이 막대한 인건비 부담을 들어 유예기간을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법인세 인상 등과 함께 기업에 부담을 가중시켜 오히려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저해될 것이란 주장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회에서 법 개정이 안 될 경우 행정 해석을 변경한다'는 말은 야당의 반대시 정부 단독으로 이를 추진할 우회적 방법을 거론한 것이다. 현재 국회 환노위에 올라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핵심은 1주일 최장 근로가능 시간을 현재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다.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에서 노사 합의에 따라 연장 근로를 주 12시간까지 할 수 있게 돼있는데, 실상은 주 52시간이 아닌 68시간까지 근로가 합법적이다. 왜냐하면 정부의 현행 행정 해석에 이 '추가 12시간'엔 '휴일 근로시간'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평일 중 40시간+ 12시간 추가근무+주말 이틀간 8시간씩 근무하면 최장 68시간까지 근무하게 할 수 있다. 법이 개정되면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을 시킨 사용자는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의 국정감사에 대해 "정부는 국회의원들이 제기하는 문제들에 대해 3권 분립을 존중하고 또 국민들께 답변 드린다는 자세로 성실하게 국정 감사에 임해주기 바란다"며 "국감에서 제시되는 정책 대안 중 수용할만한 것은 여야를 가리지 말고 적극 정부 정책에 반영해달라"고 말했다.
또 "그런 차원에서 앞으로 정부 각 부처와 청와대의 정책 보고 때 언제 국감 때 어느 의원이 제기한 문제에 따라 정책이 마련되었는지 등을 밝히는 정책의 '이력'을 함께 보고해달라"고 지시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공개 발언에선 지난 주말 자신이 김이수 헌재소장 대행체제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3권 분립' 차원에서 반박한 것 등 정치 현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