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은 수면제 졸피뎀을 먹인 여중생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부인이 내연남과 짜고 니코틴 원액으로 남편을 살해했다는 이른바 '니코틴 살해' 사건에서도 남편 시신에선 치사량 수준의 니코틴과 함께 수면제 졸피뎀 성분이 나왔다.

최근 일어난 굵직한 사건에 단골로 등장하는 약품이 있다. 강력 수면제인 '졸피뎀'이다. 이 약은 30분 내 졸음이 쏟아지게 하는 데다 의존성이 커 마약류 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최근 이 약물 처방이 급증하고, 인터넷 불법 판매까지 성행해 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 송석준 의원(자유한국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게서 받은 '졸피뎀 처방 건수' 자료를 보면 2012년 482만6000건이던 졸피뎀 처방 건수가 지난해엔 608만4000건으로 26% 증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 약은 하루 복용량이 10㎎을 넘으면 안 되고, 최대 4주치(28정)까지만 처방이 가능하다. 이를 넘어 과다 복용하면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초조 또는 환각 증상이 나타나고 수면 운전(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한 뒤 기억 못 하는 현상)까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성범죄 등 오용 우려도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06~2012년 의뢰된 진정제 성분 약물 관련 성범죄 148건을 분석한 결과 졸피뎀을 사용한 경우가 31건으로 나왔다는 연구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 3월에도 수면제 졸피뎀을 탄 음료를 먹인 뒤 정신을 잃은 여성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20대 학원 원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식약처 '의약품 안전사용 매뉴얼'엔 '졸피뎀이 심리적 의존성이 있고, 내성을 일으킬 수 있어 엄격하게 취급·관리된다'고 쓰여있지만, 관리 사각지대는 여전한 상황이다.

송석준 의원은 "최근 인터넷 검색으로 졸피뎀 판매자를 찾아 구매 의사를 밝히자 '12정 기준 28만원입니다. 해외 배송이고요'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면서 "졸피뎀과 같은 향정신성 의약품이 성범죄 등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사 당국과 함께 불법 유통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교수는 "미국에선 졸피뎀 과다 사용으로 자살 시도나 폭식 등 이상행동 사례가 보고돼 있다"면서 "졸피뎀을 처방할 때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고, 환자들 역시 잠이 안 온다고 처방보다 많은 약을 한꺼번에 먹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