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골퍼들 사이엔 믿기 힘든 '홀인원 신화'들이 떠돈다.

"OB(아웃오브바운즈)가 날 뻔한 공이 바위를 맞고 그린에 올라가 홀로 굴러 들어갔다" "추운 겨울 티샷한 공이 짧았는데 그린 앞 얼어붙은 워터 해저드에서 통통 튀면서 홀까지 들어가더라"….

이렇게 천우신조로 성공하는 홀인원도 있지만 프로 골퍼가 작심하고 달려들어도 잘 되지 않는 게 홀인원이다.

최근 유럽 프로골프 투어는 소속 투어 골퍼를 앞세워 흥미로운 '홀인원 실험'을 했다. 유럽 투어에서 3승을 거둔 에두아르두 몰리나리(이탈리아)에게 145야드 길이의 파 3홀에서 500번 샷 할 기회를 주고 홀인원에 도전하게 한 것이다. 프로 골퍼들이 9번 아이언을 쥘 거리였으니, 행운보다는 실력으로 확률에 도전해 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유럽 투어가 꼽은 프로 골퍼의 홀인원 확률은 2500분의 1이었다. 골프다이제스트 조사에 따르면 파 3홀 홀인원 확률은 프로 골퍼는 3000분의 1, 보통 아마추어 골퍼는 1만2000분의 1이었다.

145야드 파 3홀에서 12시간에 걸쳐 500번 샷을 하며 홀인원에 도전했던 에두아르두 몰리나리가 탈진한 채 벌렁 드러누웠다.

어쨌든 유럽의 정상급 골퍼인 몰리나리가 이 확률을 가볍게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번 도전의 목표였다. 처음엔 도전이 쉽게 성공할 것 같았다. 몰리나리가 9번 아이언으로 친 첫 샷이 홀 10cm에 붙은 것이다. 실험이 곧 끝날 것 같았지만 오히려 이렇게 애를 태우는 장면이 끝없이 이어졌다. 한두 바퀴만 더 굴렀으면 홀로 들어갔을 샷, 홀 옆을 살짝 지나치는 샷, 깃대를 맞고 나오는 샷…. 몰리나리도 점점 지친 표정을 지었다.

이날 홀인원 실험은 12시간 동안 진행됐다. 몰리나리는 골프채를 휘두른 뒤 공의 궤적과 최종 위치까지 확인한 후 다음 샷을 준비했다. 그러는 동안 카메라맨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자기 샷을 아쉬워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마침내 500번째 샷도 홀을 외면했을 때 몰리나리는 벌렁 드러누워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눈물이 날 것 같다. 온종일 9번 아이언 샷을 쳤는데 하나도 못 넣다니…"라고 했다.

바위 맞고 홀인원을 기록했던 주말 골퍼가 한마디 했을 것 같다. "홀인원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