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은 여러 방면에서 '레전드'다운 기록을 남겼지만 특히 홈런에 관해서만큼은 비교할 선수가 없다. 이승엽이 56개의 홈런으로 아시아 기록을 세운 2003년은 팀당 133경기 체제로 운영됐다. 이승엽의 기록에 가장 가까웠던 박병호(31·미네소타 트윈스)는 2015년 넥센 소속으로 140경기에서 53개의 홈런을 쳤다. 이승엽이 더 적은 경기에서 더 많이 친 셈이다.
이승엽의 통산 홈런(465개)도 당분간 깨질 기약이 없다. 2위 기록이 이미 은퇴한 선배 양준혁(48)의 351개다. 현역 선수 중에선 이호준(337개)이 가장 가깝지만, 그는 이승엽과 함께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그다음으론 이범호(308개·2일 현재)인데, 벌써 그의 나이가 36세다. 이승엽이 KBO리그에서 친 홈런 비거리를 전부 더하면 5만3660m로, 에베레스트(8848m)를 6개 쌓고도 남는다.
이승엽은 홈런을 쌓아가는 속도도 압도적이었다. 이승엽은 최연소 100홈런(22세8개월), 200홈런(24세10개월), 300홈런(26세10개월) 기록을 갖고 있다. 300홈런은 세계 최연소로 달성했다. 한·미·일 야구를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일본 오 사다하루(27세3개월·당시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미국 알렉스 로드리게스(27세8개월·당시 텍사스 레인저스)보다 1년 가까이 빨랐다. 통산 최다타점(1495타점), 최다득점(1353득점)도 쉽사리 넘을 수 없는 기록이다. 현역 중 타점으로는 김태균(한화·1232타점), 득점으로는 박용택(LG·1129득점)이 가장 가깝지만 모두 200점 이상 차이가 난다.
야구 해설위원들은 "무엇보다 최다루타(4069루타) 기록이 깨지는 게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홈런뿐 아니라 많은 안타, 특히 2루타 이상의 장타가 필수적인 기록이다. 현역 중에선 박용택(3275루타)이 그나마 가장 가깝다. 800루타 격차는 홈런으로 치면 200홈런에 속한다.
이승엽은 23년 선수 생활 중 8년(2004~ 11년)을 일본에서 보내고도 국내 리그에서 이런 기록을 세웠다. 일부 기록은 앞으로도 수십 년간 깰 수 없는 것들이다. 만약 그가 한국에서만 뛰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후배들이 엄두도 낼 수 없는 '전설적 기록'은 더 많아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