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항소심 법정에서 다시 마주 앉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인단과 특검팀은 첫 준비 기일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1심에서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준비 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 준비 기일에서 삼성 측은 1심에서 증언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다시 증인으로 신청했다. 두 사람의 증언은 1심이 삼성의 정유라(21)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뇌물로 판단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됐다. 특검팀이 "1심에서 자정 넘어서까지 이미 충분히 신문했다"며 증인 채택에 반대하자 삼성 측은 "특검이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우리는 제대로 신문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삼성 측 권순익 변호사는 "정유라 '보쌈 증언' 시비 때문에 1심에서 최순실씨가 증언을 거부했다"며 특검을 비판했다. 그러자 양재식 특검보는 "변호인이 모욕적 표현을 쓰며 보쌈 증언이라고 했는데 굉장히 유감"이라고 맞받았다.
양측의 신경전이 이어지자 재판장인 정형식 부장판사가 "그만하라"며 주의를 줬다. 정 부장판사는 "1심에서 여러 증인을 신문했기 때문에 항소심에선 증인을 많이 부르지 않을 예정"이라며 "항소심은 법리 다툼을 위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증인신문을 하지 못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덴마크의 말 중개상 안드레아스 등 6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증인 소환을 거부하면 구인장을 발부하지 않고 증인 채택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은 다음 달 12일 열린다. 재판부는 첫 공판부터 양측이 쟁점별로 항소 이유를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하기로 했다. 첫 공판에선 '안종범 수첩의 증거 능력'과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 등에 대해 양측이 다투게 된다. 재판부는 "10월에는 매주 목요일, 11월에는 매주 월요일 또는 목요일 재판을 열겠다"며 "1심 때처럼 야간 재판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1심에서 증거 조사가 충분히 이뤄진 만큼 2심에선 증인신문 등에 시간을 과도하게 할애하지 않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