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관들이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미국을 맹비난하면서도 총회 기간 내내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은 미국산을 애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지난 23일 유엔본부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맹비난할 당시 북한 대표부에 앉은 북한 외교관들이 미국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조정철 1등 서기관은 리용호의 기조연설 모습을 담기 위해 북한 대표부 자리에서 직접 일어나 총회장 중앙으로 이동하면서까지 사진을 찍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조정철이 촬영에 사용한 전자기기는 다름 아닌 미국 애플사의 스마트폰 아이폰이었다.

조정철 등 북한 외교관들이 총회장에서 사용한 미국 제품은 아이폰뿐만 아니라 애플사의 태블릿PC '아이패드'와 휼렛패커드(HP)사의 노트북 등이었다.

또한 리용호가 유엔 기조연설을 마친 뒤 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 대사 등과 함께 참석한 친북 성향의 음악회에서도 북한 대표부 관계자들이 아이폰을 통해 리용호의 기조연설에 대한 한국 언론의 반응을 확인하는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다고 RFA는 전했다.

리용호와 자성남 등 북한 외교관들과 현지 한인들은 23일 저녁 뉴욕 맨해튼 '머킨 콘서트홀'에서 열린 재미 교향악단 '우륵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관람했다. 이날 공연장에서 북한 대표부 관계자들은 애플의 ‘아이폰’을 통해 한국의 포털 ‘네이버’를 통해 관련 기사를 확인하는 모습이 수차례 포착됐다.

그동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아이맥 컴퓨터 등 애플사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이 수차례 공개돼 ‘애플 마니아’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013년 3월 29일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이 심야에 전략미사일 부대 작전회의를 긴급 소집했다며 공개한 사진에서 처음으로 김정은이 애플의 아이맥 컴퓨터를 쓰는 장면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지난해 2월에도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송한 기록영화 '김정은 동지의 영도 밑에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 성과적으로 발사'에서도 김정은의 전용기인 ‘참매 1호’에 있는 책상에서 애플사의 마크가 선명하게 보이는 노트북이 놓여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미국을 ‘미제’(美帝·미 제국주의)라고 부르며 주적으로 삼고 있는 북한이지만 김정은이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을 쓴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이폰은 ‘원수님 손전화'로 알려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소식통은 "김정은은 아이폰 신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곧바로 수입해 본인뿐 아니라 권력 기관의 부부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선물로 공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은 2013년 봄 애플사가 아이패드2를 발표했을 때도 즉시 수입을 지시, 상당한 물량이 중국을 통해 평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