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신임 대법원장은 26일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통합과 개혁의 소명을 완수하는 데 모든 열정을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청사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사법부 안팎의 현실이 참으로 엄중하고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법원이 처한 위기도 거론했다. “사회적 갈등이 나날이 첨예해지고 격화되면서 대립하는 입장 사이의 간극은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이분법적 사고와 진영을 앞세운 흑백논리의 폐해는, 판결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넘어 급기야 법관마저도 이념의 잣대로 나눠 공격의 대상으로 삼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으로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겠다”며 “이를 위해 법관 개개인의 내부로부터의 독립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제도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저의 취임은 그 자체로 사법부의 변화와 개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법부는 수직적이고 경직된 관료적 리더십이 아니라 경청과 소통, 합의에 기반을 둔 민주적 리더십으로의 전환을 마주하고 있다”고 했다.

사법개혁의 첫 단계로는 재판 기능을 강화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재판이 속도와 처리량에만 치우쳐 있지 않은지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한다”며 “효율적이고 신속한 재판도 중요한 가치지만 이로 인해 적정하고 충실한 재판이라는 본질적 가치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이 절차와 결과 모두에 수긍하고 감동할 수 있는 사법을 구현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법관 및 재판지원 인력의 증원 등 좋은 재판을 위한 인적·물적 여건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이 재판의 지원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재판 중심의 사법행정을 실천하겠다”며 “사법행정에 관한 의사결정 및 집행 과정에서 수평적이고 합리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에게 부여된 권한은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대법원장의 권한 행사는 한 사람의 고뇌에 찬 결단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되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와 방식에 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 등 변화를 시사한 것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약속한 전관예우 근절 방안과 상고심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전관예우가 없다거나 사법 불신에 대한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고 외면할 것이 아니다”라며 “재판의 전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여러 불신의 요인들을 차단할 방안을 강구하고 수준 높은 윤리 기준을 정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상고심 제도에 대해서는 “사법신뢰 회복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며 “상고심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상고허가제·상고법원·대법관 증원 등 여러 방안을 보다 개방적인 자세로 검토하고 사회 각계의 의견을 두루 수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