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광석씨의 아내 서해순씨가 25일 방송에 나와 딸의 사망 경위 등에 대해 설명했다.

가수 김광석(1996년 사망·사진)씨의 형 등이 김씨의 아내 서해순씨를 고소·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조만간 서씨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5일 "서씨와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형은 '서씨는 발달 장애가 있는 자기 딸이 폐질환에 걸렸는데도 방치해 2007년 숨지게 만들었다'며 유기치사 혐의로 고발했다. 또 2005~ 2008년 서씨와 김씨의 음반저작권 등과 관련해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서씨가 딸의 사망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겨 '소송 사기'를 했다며 고소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금주 중 김씨 형 등 고소인 조사가 끝나는 대로 서씨를 조사할 계획이다. 서씨는 "경찰에 나가 조사받겠다"며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서씨는 방송과 신문 인터뷰에서 김씨 형 등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먼 마녀사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22일 국가인권위에 진상을 가려 달라며 진정도 냈다.

경찰 수사는 일단 '유기치사'와 '소송 사기' 등 고소·고발 혐의를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어떤 사안을 중심으로 수사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소·고발된) 혐의가 두 가지니까"라고 답했다.

◇서씨, 딸 숨지도록 방치했나

법조계에선 "쉽지 않은 수사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2007년 12월 말 서씨의 딸이 숨졌을 때 사망 원인을 조사한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부검 결과와 병원의 진료 기록 등을 근거로 급성 폐렴이 사인(死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부검에선 외상(外傷)이 발견되지 않았다. 약물 검사에선 감기약 성분만 나왔다. 서씨는 경찰 조사에서 "딸이 숨지기 전에 닷새간 감기 치료를 받다가 집에서 쓰러졌다. 대학병원으로 싣고 갔는데 숨졌다"고 진술했다. 당시 경찰은 이 진술과 부검 결과 등이 부합한다고 봤다. 그러나 김광석씨의 형 등은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조치하지 않아 (병이 악화돼) 숨지도록 방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광석 딸 사망에 친가측·서씨측 주장 엇갈려]

서씨의 딸은 숨진 뒤 화장(火葬)됐다. 다시 부검은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번 수사는 2007년 수사 기록과 서씨 딸을 진료한 의료진 및 대학병원으로 옮긴 구급 대원 등의 진술, 서씨 조사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신진희 변호사는 "부모의 유기치사죄는 지속적인 학대나 의도적인 방임(放任·내버려 둠)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며 "경찰이 이런 점들을 충분히 고려해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딸 사망 일부러 숨겼나

'소송 사기'는 소송 당사자가 법원(재판부)을 속였을 때 처벌하는 범죄다. 대법원은 2008년 서씨의 딸이 이미 사망한 상황에서 '김광석씨의 저작권은 서씨와 딸에게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씨 형 등은 "서씨가 딸이 사망한 것을 알렸다면 우리도 (소송에서) 더 적극적으로 주장을 펼 수 있었다"고 했다.

서씨는 "일부러 속이거나 숨긴 일 없다"며 "딸이 갑자기 숨져 겁도 났고… 조용히 보내기로 하고 장례를 치렀다"고 했다. 서씨는 또 "(딸 사망을) 법원에 알려야 하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서씨가 딸의 사망 사실을 재판에서 일부러 숨길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씨는 딸의 재산·권리를 상속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정욱 변호사는 "김씨 형 등은 소송 진행 당시 서씨 딸이 살아 있는 걸로 알고 양보한 측면도 있어 서씨가 의도적으로 사망을 숨겼다면 소송 사기 혐의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친가 측과 서씨 측은 21년 전 숨진 김씨의 '사망 원인'을 두고서도 공방을 벌이고 있다. 1996년 경찰은 김씨가 자살했다고 결론 내렸다. 유서는 없었다. 서씨는 김씨가 우울증 증세가 있었다고 했다. 서씨 어머니는 "김씨가 사망 몇 달 전부터 집안의 그릇을 깨뜨리는 등 불안 증세를 보였다"고도 했다. 반면 김씨 형은 김씨가 우울증 약을 복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평소 메모하는 습관이 있던 김씨가 유서를 남기지 않았을 리 없다며 '타살 가능성'을 제기했다.

법적으로 김씨 사망 원인이 바뀌더라도 처벌은 불가능하다. 살인죄 공소시효(15년)가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김씨 사망 원인 수사는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