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경북 안동에서 열린 KBS '열린음악회'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공연 후 시청자 게시판과 소셜 미디어에 가수 김연자(58)와 그가 부른 노래 '아모르파티(Amor Fati·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의 스페인어)'에 대한 댓글이 쏟아졌다.

'내 인생은 이 곡을 듣기 전과 후로 나뉜다' '이 노래를 듣고 엄마의 허리디스크가 나았습니다' 등 재치 있는 호평 일색이었다. 이날 정상급 보이그룹 '엑소' 공연을 보러 온 소녀 팬들이 엑소 다음 차례로 무대에 오른 김연자 노래를 듣고 감상평을 올린 것이다. 2013년 발표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노래가 이날부터 소문을 타며 역(逆)주행하기 시작했다.

‘아모르파티’로 인기몰이 중인 김연자는“일주일에 4일은 일본, 3일은 한국에서 머문다”고 했다.

[제2의 전성기 맞은 '아모르파티' 김연자는 어떤 인물?]

그로부터 1년간 '아모르파티'는 디지털 음원 사이트 트로트 1위를 휩쓸었다. 김연자는 '무한도전' '복면가왕' '판타스틱 듀오' 등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8일 만난 김연자는 "이은미씨의 '애인 있어요'를 만든 히트 작곡가 윤일상씨에게 곡을 부탁할 때 비싼 고기를 사줬다"고 했다.

"윤일상씨가 제게 '누나, 어떤 곡을 부르고 싶으세요?' 묻길래 '고진감래를 노래하는 인생 찬가였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이은미씨 노래 같은 발라드를 기대했지요." 한 달 뒤 '아모르파티'를 받았다. 시작은 전형적인 트로트지만 후렴에서 느닷없이 EDM(전자댄스음악)으로 내달리는 곡이었다. 김연자는 "노래가 어렵고 빨라 부르기 힘들었다"며 "내 팬 중에는 어르신도 많은데 이 노래를 듣고 숨이 찰까 걱정됐다"고 했다. 공연장에서 노래를 불러도 별 반응이 없었다. '이 노래는 꽝이다'고 생각했다.

"국내 활동에 조바심을 낼 때였거든요." 김연자는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하다. 15세 때 국내 데뷔해 '수은등' 같은 노래로 인기를 얻었다. 1988년 '아침의 나라에서'가 서울올림픽 덕분에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자 본격적으로 일본 활동에 뛰어들었다. 2009년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진 20여년 동안 일본에서 엔카를 불렀다. 김연자는 "어머니를 돌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면서 다시 한국 활동도 시작했다"며 "한국서도 금방 성공할 줄 알았는데 반응이 없어 '그 세월 동안 이방인이 됐나' 싶더라"고 했다.

"망한 줄 알았던 노래를 어린 친구들이 되살려 줄 거라고 상상도 못했죠. EDM을 접목했고 가사도 요즘 유행한다는 '욜로'(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는 뜻) 같은 내용이라 와 닿았나 봐요."

스스로도 '왔다 갈 한 번의 인생아/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가슴이 뛰는 대로 하면 돼'라는 가사처럼 살고 있다. 2015년 이혼한 뒤 최근 연애를 시작했다. "다음 달 7일 서울 KBS 아레나홀에서 효도 콘서트를 열어 수익금 일부를 기부할 계획"이라며 "'아모르파티'를 열심히 부르다 보니 제 안에도 점점 사랑이 커져가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