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서 도로 한가운데 있는 사람을 치어 숨지게 했더라도, 피해자를 발견하기 어려웠다면 죄를 묻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형사3단독 심현근 판사는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정모(5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 2015년 11월 30일 오전 2시 23분쯤 경기 오산시 원동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A씨를 치어 숨지게 했다. 당시 A(42)씨는 앞서 발생한 사고로 차에서 내려 고속도로 3차선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정씨 측은 “A씨를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면서 정씨를 기소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고속도로에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보행자가 있을 것으로 예견해 운전할 주의의무가 없고, 다만 상당한 거리를 두고 보행자를 발견해 충돌을 피할 수 있었을 경우에만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제출된 증거만으론 피고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법원은 판결문에서 “사고 구간에 가로등이 없었고, 사고 직전 내린 비로 노면은 젖어있었다. 피해자는 검은색 바지에 어두운색 상의를 입고 있어 피고인 차량 전조등의 불빛 만으론 피해자의 존재를 확인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무죄 선고 이유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