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 3명이 22일 오전 11시 30분쯤 인천 남구 인천지방법원 앞 인도에 모였다. '인천 8세 여아 살인사건, 엄정한 수사와 합당한 판결 요청합니다'라는 피켓을 들었다. 모두 피해자(8)가 다니던 초등학교 재학생 혹은 졸업생의 학부모였다.

이들은 사건 직후엔 피의자를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는 탄원서를 썼다고 한다. 그런데 피해자의 어머니가 지난 6월 중순 첫 공판 준비 기일에 다녀와서 "박양이 공범이라는 정황이 있는데도 변호사를 사서 빠져나가려 한다"는 말을 했다.

몇몇 학부모들은 '사랑이(피해자를 지칭)를 사랑하는 엄마들 모임'을 만들었다. 6월 말부터는 범인 김양과 박양의 재판이 열릴 때마다 피켓 시위를 벌였다. 재판이 열리는 날의 오전엔 10여 명이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2시간가량 피켓 시위를 했고, 오후엔 방청권을 받아 재판을 지켜봤다. 재판 내용을 꼼꼼하게 받아 적은 작은 수첩이 5권이 됐다고 한다.

22일 김양과 박양의 1심 선고가 검찰 구형대로 나오자 학부모들은 안도의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다. 재판을 지켜본 김보선(여·46)씨는 "사건 이후 동네 아이들이 낯선 어른이 말만 걸어도 기겁하며 도망갈 정도로 모든 것이 변했다"면서 "아이를 잃은 부모처럼 우리의 일상도 예전처럼 온전하게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2학년 딸을 둔 고유정(여·44)씨는 "아이들이 사건 소식을 듣고 많이 울었다. 학교에 못 가고 심리치료를 받는 아이, 사건이 일어난 공원 근처에도 못 가는 아이가 있다고 한다"면서 "시간이 흘렀지만 지역민들이 받은 충격은 여전하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실제 범행을 한 김양은 물론 살인을 부추긴 박양도 나쁘다고 생각한다"면서 "2심, 대법원까지 가더라도 꼭 1심 형량이 유지될 수 있도록 활동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