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커제(20)가 웃었다. 22일 중국 호남성 펑황(鳳凰)현 만수궁서 벌어진 남방장성배 한·중 정상 대결서 중국 톱스타이자 세계 2관왕인 커제가 한국 1위 박정환(24)을 제압했다. 264수 백 2집 반 승. 통산 전적은 쌍방 5승 5패로 다시 균형을 맞췄다. 실리 전법으로 나온 커제에 맞선 박정환의 중앙 백 대마 공격이 실패하면서 열세에 몰렸다. 흑은 막판 좌변서 최후의 반전을 노렸지만 커제의 선방을 뚫지 못했다. 둘 간에 형성된 '백번(白番) 필승' 공식이 이번에도 계속됐다. 10판 중 백번 승리는 9회인 반면 흑번 승리는 1회뿐이다. 한국은 2003년 시작된 이 대회 양국 간 통산 전적에서 4승 1무 3패로 바짝 쫓기게 됐다.

두 숙적은 선양(瀋陽)에서 벌어진 농심배 국가대항전을 2국까지 관전하고 21일 새벽 함께 출발, 11시간 만에 펑황에 도착했다. 강행군이었지만 조건은 똑같았다는 얘기다. 상금은 승자 6만달러(약 6800만원), 패자 4만달러. 이번 행사에는 커제를 포함해 창하오·뤄시허·구리·쿵제·천야오예·탕웨이싱 등 세계 챔피언 출신 역대 남방장성배 출전 중국 기사 8명 전원이 참석했다. 또 뤄차오이 중국기원 원장과 왕루난·화이강·녜웨이핑 등이 동참해 중국 바둑계 수뇌부를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화셰밍 중국 대표팀 지휘탑은 이날 승리에 대해 "정부의 문화 및 여행 중시 정책이 결실을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