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이 영화 : 어 퍼펙트 데이

배우만 봐도 끌리는 영화가 있다. 베네치오 델 토로와 팀 로빈스, 거기다 캐서린 제타 존스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매력적 여배우 올가 쿠릴렌코라면, 아마 오래 망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20만명 이상 희생된 보스니아 내전의 비극 위에 블랙 유머를 한 꺼풀 덮어, 부담스럽지 않게 진실에 다가서도록 이끄는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

1995년 발칸 반도, 마지막 남은 우물을 오염시키려 누군가 시체를 빠뜨렸다. '국경 넘는 구호회(Aid Across Borders)' 활동가들은 돌이킬 수 없는 오염을 막기 위해 24시간 내에 우물을 정화해야 하는데, 시체를 꺼낼 밧줄이 없다. 적대 관계로 얽힌 주민들은 밧줄을 주지 않고, 반군의 총구와 매설 지뢰가 길목마다 막아서며, 유엔 평화유지군까지 관료적 절차를 내세워 훼방을 놓는다. 무섭게 짖어대는 광견(狂犬)의 목줄을 풀까, 아니면 처형당한 사람의 목에 걸린 줄을 끊어 올까. 비이성, 불합리, 생명의 위협과 싸우는 웃기고도 슬픈 일들이 이어지고, 마지막엔 뜻밖의 반전이 기다린다.

제목 '완벽한 하루(A Perfect Day)'는 불완전한 세계의 지뢰밭을 지나는 하루 동안의 여정을 표현하는 반어법이다. 영화 '굿모닝 베트남'(1987)에서 라디오 DJ 로빈 윌리엄스가 "좋은 아침, 베트남~!"이라고 밝게 외칠 때, 그걸 듣는 사람들은 전혀 안녕하지 않았던 것처럼. 스페인 최고 권위 영화상인 고야상 각본상을 받았고,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상영시간 106분,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