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중국 공산당의 2인자 격인 왕치산(王岐山)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 서기가 지난 주 중국 베이징에서 비밀 회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넌과 왕치산 서기는 모두 미중 간 경제 및 무역 관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들이어서 이번 비밀 접촉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왼쪽)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각) 중국의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배넌이 중국 최고 권력층의 집단 거주지인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왕 서기와 비밀리에 단독 회동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배넌은 왕 서기와의 비밀 회동에 앞서 홍콩에서 열린 중국의 글로벌 금융기관인 CLSA의 투자 설명회에 참석해 연설했는데, 중국 측이 배넌의 홍콩 투자설명회 참석 전에 미리 접촉하면서 회동이 이뤄졌다. 왕 서기는 이날 배넌과 90분간의 면담을 갖고 배넌의 경제 민족주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그러나 “왕 서기와 배넌 간 이번 만남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왕 서기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한 2012년 말부터 당 기율위윈회를 이끌며 '부패 호랑이(거물급 부패 인사)'들의 숙청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을 굳힌 1등 공신으로 떠올랐다. 그의 당 서열은 6위이지만, 사실상 시 주석에 이은 2인자로 통한다.

왕 서기는 당 기율위 서기를 맡기 전까지 주로 경제 및 금융분야에서 활약한 인물이다. 20여 년 동안 미·중 간 경제 및 금융을 연결하는 고리역할을 했다. 또한 시 주석의 경제·금융 개혁을 도와주는 역할도 했다.

극우 성향의 온라인 매체 ‘브라이트바트’ 뉴스의 설립자인 배넌은 “미국은 지금 중국과 경제전쟁 중이다. 중국에 대한 보다 강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대표적인 반중 인사다. 배넌은 지난해 미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본부의 최고경영자(CEO)로서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포퓰리즘 메시지 전략을 입안했다. 배넌은 또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실현하는 한 방법으로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주도했다.

배넌은 지난 7월 말 존 켈리가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직후인 8월 18일 경질된 후 극우매체 브라이트바트 뉴스로 복귀했다. 배넌은 그러나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선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최근호에서 “막강한 조정자(The Great Manipulator)”라는 타이틀 아래 배넌을 커버스토리로 다루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