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주택 1호’인 삼각지역엔 2020년까지 지상 35층·37층 건물이 세워질 예정이다.

피켓을 든 시민 60여명이 21일 오전 9시 30분 서울시청 앞에 모였다. 마포구 광흥창역 인근 창전1구역 재개발지구에 들어설 데시앙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었다. 아파트 앞쪽은 시가 추진하는 역세권 청년주택(최고 16층) 부지다. 최형철 창전1구역 조합장은 "재개발 아파트에서 2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16층짜리 건물(청년주택)이 들어서면 일조권과 조망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청년주택 반대 운동을 벌이려고 1억5000만원을 들여 홍보 대행사까지 고용했다. 대행사는 주민들의 요구를 담은 보도 자료를 만들어 각 언론사의 시청 출입, 부동산 담당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박원순표 청년 사업' 곳곳에서 반대

시는 지난해 3월 청년층의 주거난을 해결하겠다며 역세권 부지 45곳을 개발해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청년주택 입주 대상자는 대학생·사회 초년생·신혼부부(만 19~39세)이다. 지난 5월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 1호 청년주택이 공사에 들어갔다. 이어 충정로역, 합정역 인근에서 공사가 시작됐다. 이 외에도 광흥창역, 신림역, 장한평역 등에서 청년주택 사업 인가가 완료돼 착공 준비 중이다.

하지만 청년주택이 들어설 각 지하철역 인근 주민들은 시청을 항의 방문하거나 시청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림역에서는 임대사업자들이 반대에 나섰다. 지난 14일 시에서 신림역 청년주택 건설을 위한 지구 단위 계획 결정안이 가결됐다고 발표하자 다음 날 오전 신림역 임대사업자 20여명이 시청으로 몰려왔다. 이들은 "경기가 어려워 공실(空室)이 많은데 서울시가 싼 임대주택까지 만들면 우린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삼각지역 인근 용산초등학교 뒤편 부지(8671㎡)에 총 1086가구가 들어설 예정인 청년주택도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용산파크자이아파트 주민들은 "청년주택 출입구가 삼각지 고가도로 쪽으로 나면 교통지옥이 된다"며 시를 비난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보증금·임대료 높아… 현실화 필요


시는 민간 사업자의 청년주택 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규제를 풀었다. 기존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 있던 곳을 준주거지역, 상업지역으로 변경해 용적률을 높여줬다. 용적률 250%인 제3종 일반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풀어 680%까지 허용했다. 민간 사업자는 혜택을 받는 대신 공급 주택의 10~25%를 전용면적 45㎡ 이하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해야 한다.

충정로역 인근의 한 아파트에 ‘서울시는 청년주택 철회하라’고 적힌 현수막들이 내걸린 모습(사진). 주민들은 인근에 청년주택이 들어서면 일조권이 침해되고, 소음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반발한다.

주민 입장에서는 전에 없던 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일조권·조망권 등에 큰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수혜 대상인 청년들도 불만이 있다. 시는 역세권에 임대료가 싼 집을 확보했다고 홍보하는데, 생활이 어려운 청년층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액수라는 것이다.

시는 삼각지역 청년주택 1호의 월 임대료를 12만~38만원으로 책정했다. 일반 시세의 80~90% 수준이라고 한다. 12만원짜리는 전용면적 49㎡(약 15평)인 집의 방 3개 중 1개를 사용하는 조건이다. 3명이 한집에 사는데, 보증금은 각자 7116만원을 내야 한다. 임대료 38만원짜리 1인용(19㎡·원룸)은 보증금이 3950만원이다.

청년 주거 시민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 조현준 사무처장은 "역세권치고는 싸다고 하더라도 청년들에게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굳이 역세권이라는 입지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역세권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도 싼값에 많은 양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