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한밤중 노상 방뇨로 인해 벌금 90유로(약 12만원)를 내야 했던 한 20대 여성의 이유 있는 ‘저항’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성차별’ 논쟁을 일으켰다고, 20일 네덜란드 NOS 방송과 영국 BBC 뉴스 등이 보도했다.

암스테르담 시내 곳곳에 마련된, 남성용 공공 소변기. 판사는 여자도 급하면 '노상 방뇨'가 아니라, 이곳에서 일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에르테 피에닝이란 이름의 23세 여성은 2015년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혼잡한 레이체 광장에서 술에 취한 채 볼일을 볼만한 곳을 찾았다. 주변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가장 가까운 공중 화장실은 수 km나 떨어져 있어서, 친구들이 망을 보는 동안 한 조용한 골목에서 일을 봤다.

그러나 경찰관 세 명이 그가 노상 방뇨하는 것을 발견했고, 피에닝은 90유로의 벌금을 물었다. 그날 밤엔 술에 취한 상태여서 경찰관들과 어떤 말다툼도 하기 싫었지만, 다음 날 다시 생각해보니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암스테르담에는 여성용 공중 화장실이 단 세 개에 불과하지만, 남성용은 이의 열 배가 넘는 35개였다. 피에닝은 애초에 여성용 화장실을 적게 만든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고, 판사에게 이러한 자신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피에닝 사건을 맡은 남성 판사는 “그럴 경우엔 남성용 간이 소변기에서 일을 봤어야 했다”며 피에닝의 불만을 묵살했다. 이 판사는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지, 길거리에 버리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판사의 이 ‘반박’에, 여성들이 부글부글 끓었다. 바나나 껍질이나 과자 껍질 같은 쓰레기들은 주머니에 넣거나 ‘성(性)중립적’인 쓰레기통에 버릴 수 있지만, 이런 쓰레기 처리 방식을 어떻게 성(性)이 구분된 화장실과 비교하느냐는 것이었다. 일부 여성 네티즌은 여성에게 남성용 소변기는 이용하기에 매우 불편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이를 설명하는 사진을 공개해 판사의 발언을 조롱했다.

암스테르담 시의회 대변인은 "남녀 평등한 숫자로 공공화장실이 있어야 하는데, 비용과 공간 마련이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피에닝은 지역 매체 ‘AD(Algemeen Dagblad)에 “유럽의 다른 나라 수도에는 여성 공공화장실이 훨씬 많다”며 “당시 화장실을 도저히 찾을 수 없어 최후의 수단으로 골목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암스테르담 같은 유명한 관광지를 방문하는 여자 관광객들은 화장실이 없어서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자신의 주장은 여권(女權)을 극단적으로 옹호하는 ‘페니미스트’적인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판사는 “피에닝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노상 방뇨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경우로 법정에 서는 것은 당신이 두 번째”라고 하며, 평소 여성이 공공화장실을 이용하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 시의회 입장은 “지금까지 성별(性別) 공공 화장실 설치에 대해 딱히 정해진 정책은 없었다”며 “당연히 화장실 숫자가 남녀 같아야 하는데, 이에 드는 비용과 공간을 마련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고 BBC에 말했다.

한편 페이스북의 한 그룹에선 22일 “남성용 공공 소변기를 대신 사용하라”는 판사의 권고에 항의하는 시위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미 5000여 명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이 그룹의 주도자는 “남성용 소변기에서 술에 취한 채 엉덩이를 뒤로 삐죽 내밀어 ‘일’을 보라는 이 어처구니 없는 결정을 문제 삼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