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DB

가수 김광석(1964~1996)씨의 죽음을 놓고 ‘타살 가능성’이 다시 급부상하는 가운데, 해외에서 잘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외동딸 서연씨도 이미 10년 전 국내에서 ‘급성폐렴’으로 숨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씨와 딸 서연씨.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2007년 12월 23일 새벽 서연씨가 수원의 한 대학병원에 이송됐다가 당일 숨졌다"며 "부검 결과 범죄 혐의점이 없어 사건을 종결한 바 있다"고 밝혔다. 당시 열여섯살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 서연양이 급성폐렴으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고, 숨지기 며칠 전에도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기록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발달장애가 있던 서연씨는 캐나다와 미국에서 지내다가 2006년 아버지 추모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에 들렀다. 이후 서연씨는 2008년 3월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져있었지만, 그 땐 이미 고인이 된 상태였다.

20일 서연씨의 사인(死因)이 '급성폐렴'이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발달장애를 앓고 있었다지만 고령이 아닌데 폐렴이라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올라왔다.

일부 커뮤니티에는 "아이가 급성폐렴? 그라목손 같은 농약을 두세방울씩 매일 먹인 건 아닌지?" "사인은 급성폐렴, 그라목손이라는 금지된 농약을 사용하면 폐렴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고…"라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들은 김광석의 외동딸 서연씨가 어린 나이에 폐렴으로 사망한 것과 관련해 과거 '그라목손'이라는 농약을 이용, 멀쩡한 사람을 폐렴에 걸린 것처럼 위장해 살인한 사건을 떠올리며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라목손은 마시게 되면 손 쓸 방법이 없이 서서히 사망하게 되어서 이른바 '죽음의 농약'으로 불렸던 제초제다. 독극물 중독 치료 분야 권위자인 홍세용 순천향대 천안병원 교수에 따르면 농약 중독은 의사들이 쉽게 접하는 사례가 아니어서, 그라목손에 따른 폐 손상을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등으로 혼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라목손은 '상표명'이며, 정확한 성분명은 패러쾃디클로라이드이다. 값이 싸고 제초 효과가 탁월해 전세계적으로 널리 쓰인 농약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마시면 폐·신장 등 각종 장기를 '섬유화'시켜 사망하게 만들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그라목손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2011년 국내 생산을 중단시키고, 2012년 11월부터는 아예 보관 조차 전면 금지했다.

실제로 그라목손을 이용한 살인이 '완전범죄'로 끝날 뻔한 적도 있었다. 보험금을 노리고 전 남편·현 남편·시어머니에게 그라목손을 먹여 살해한 뒤 '폐렴'으로 위장했던 노모(46)씨 사건이 몇 년이 지난 2015년 적발된 것이다. 당시 살인 피해자 세 명 중 두 명은 이미 화장(火葬)한 상태였고 나머지 한 명도 매장한 지 1년6개월이 지난 상황이었다.
경찰은 홍세용 순천향대 교수의 자문을 통해 무덤 근처 흙에서 농약 성분을 검출했다. 노씨는 친딸에게도 그라목손이 섞인 밥을 먹여 3차례 병원에 입원하게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아동을 오래 진찰해온 한 의사는 "발달장애의 범위가 넓어 확언하기 어렵지만, 운동장애, 면역장애까지 복합적으로 갖고 있는 경우라면 폐렴에 걸릴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높아진다"고 했다. 서연 양의 사진을 본 이 의사는 "서연 양은 통통한 모습으로 면역장애나 운동장애가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어릴 적 사진이라 확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