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실권자인 아웅산 수지(72) 국가고문이 19일(현지 시각) 미얀마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인권 탄압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진상 조사를 하고 있으며, 국제사회가 정밀 조사에 나선다고 해도 두렵지 않다"고 밝혔다.

수지 여사는 이날 수도 네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국정 연설에서 "세계가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 주민(로힝야족)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로힝야족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이 19일 네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미얀마의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인권 탄압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수지 고문은 이날“진상 규명 중”이라는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원인이나 책임 소재 등은 언급하지 않아 책임 회피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30여분간의 연설 동안‘로힝야’라는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아웅산 수지, 로힝야 학살 책임 회피]

수지 여사는 "라카인 주민의 엑소더스(대탈출)가 몹시 우려된다"면서 "정부는 이들을 만나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직접 들을 것이며, (탈출한) 라카인 난민을 데려오기 위한 신원 확인 절차를 언제든 할 수 있다"고 했다. 방글라데시로 탈출한 로힝야족을 송환하기 위해 확인 절차에 들어갈 용의가 있음을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자신에 대해 쏟아지는 비난을 반박했다.

수지 여사는 "확실한 증거를 통해 의혹의 진상을 파악하고 난 뒤에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면서 "관련 문제만 보지 말고 문제가 없는 부분도 함께 봐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나 인권 탄압을 저지른 미얀마군의 책임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미얀마 정부는 작년 6월 소수민족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로힝야족'을 금지어로 정하고, '라카인 주민' '미얀마의 이슬람 신자'라는 용어를 쓰기로 했다. 실제로 이날 수지 여사는 '로힝야'라는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 CNN은 이날 연설에 대해 "인권 투사였던 그녀를 칭송했던 국제사회를 크게 실망시키는 연설"이라며 "정부를 둘러싼 의혹과 책임 소재에 대해 답하기는커녕 의문만 더 남겼다"고 했다.

반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수지 여사가 '몹시 우려된다'고 표현하고 국제사회의 요구를 수용할 의사를 보이는 등 이번 사태를 해결할 의지를 드러냈다"고 했다.

1991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수지 여사는 최근 로힝야족 사태와 관련, "미얀마 국민 다수가 불교 신자인 상황과 정치적 영향력이 큰 군부를 의식해 무슬림인 로힝야족에 대한 군부 탄압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수지 여사가 이끄는 정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2015년 11월 총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해 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군부는 여전히 군 통수권과 헌법 거부권을 갖고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