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17일 0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일이다. 박 전 대통령의 첫 공판 이후 주 4회씩 꼬박꼬박 공판이 열리고 있지만, 심리(審理)*가 길어지면서 구속 만기일 전까지 1심 선고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풀려난 상태에서 재판이 계속될 것이라는 가능성과 검찰이 추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받아들여져 박 전 대통령의 구금 기간이 연장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정 모습

[박 前대통령 1심 선고 10월 중에 안 나올 듯]

검찰은 지난 4월 17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 수수·직권남용·공무상 기밀누설 등 18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다섯 달 넘게 이어져 온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기록을 돌아봤다.

지난해 최순실·차은택·고영태씨가 개입한 미르·K스포츠재단 비리가 처음으로 터져 나왔을 때만 해도 수사 검사 4명 규모의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됐다. 그러다 최씨에게 국가기밀 자료가 유출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박 전 대통령의 첫 번째 대국민 사과로 이어졌다. 검찰은 특별수사본부 1기를 꾸려 수사팀 규모를 늘렸다. 야당과 언론을 통해 최씨와 관련된 의혹이 계속 불거지자 여론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박 전 대통령은 두 번째 대국민 사과에 나서면서 야당이 추천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수용했다.

[검사 4명→ 32명… '최순실 게이트' 수사팀 확대]

[2野가 추천한 '수퍼 특검']

총 122명이라는 역대 최대 수사 인력이었던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는 90일간 삼성 뇌물 수수 의혹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정유라 이화여대 입학 비리 의혹, 대통령 비선 진료 의혹 등 크게 4가지 부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총 30명을 기소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56권과 정호성 전 대통령비서실 부속비서관의 녹음파일 236개를 포함해 관련자 증언, 통화 내역, 계좌 추적 등 A4용지 10만 쪽 분량의 수사기록을 남겼다. 그 사이 박 전 대통령도 세 번째 대국민 사과 뒤 국회에서 탄핵됐다.

["정치 18년간 私益 추구 안했지만… 모든 걸 내려놓는다"]

[90일 수사 종료, 특검 향후 과제는]

다시 검찰의 특수본으로 사건이 넘어왔다.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을 결정했다. 특수본 2기는 불소추 특권*을 상실한 박 전 대통령을 소환, 약 14시간 심문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에도 서울구치소에서 다섯 차례 옥중 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끝으로 특수본의 수사는 마무리됐다. 592억 원대 뇌물 수수 및 요구·직권남용·강요 등 총 18개 혐의로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졌다.

[박 前대통령 검찰청서 21시간 30분만에 귀가]

[박 前대통령에 적용한 뇌물혐의 총 592억]

[대한민국 대통령의 권한]

[검찰, 박 前대통령 공소장 제출]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공모 관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징역 5년 실형을 선고한 1심 판결문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거로 채택됐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뇌물 공여 혐의로 실형을 받은 만큼, 이를 통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공모해 삼성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이 부회장의 1심 판결문에서 집중한 대목은 다음과 같다. "삼성 측은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 배후에 최순실씨가 있다는 것을 알고, 정유라씨 지원이 곧 최씨 지원이며 대통령에 대한 뇌물 공여라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도움이라는 대통령의 직무 집행 대가를 바라고 묵시적이고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된다."

즉, 검찰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 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삼성그룹의 현안이었고,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인식하면서 청탁의 대가로 정씨 승마 지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을 요청했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최씨의 독일 자금을 관리하던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의 인사 문제에 박 전 대통령이 개입한 점, 최씨가 삼성동 사저 매매계약을 도맡고 사저와 관저 인테리어를 챙긴 점, 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의상비 3억 8000여만 원을 대납한 점 등을 공모 관계의 근거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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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로부터 재단 출연금 뜯어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 7명과 독대했을 때 기업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대기업 대부분은 기업 합병 문제나 총수 사면 문제 등과 같은 현안을 안고 있었다. 기업 측이 독대 전에 주요 현안 자료를 준비해 청와대에 전달했고 독대 이후에는 안종범 전 수석이 '현대차 30억, CJ 30억' 등과 같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수첩에 메모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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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작정 지시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9월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정 지표가 문화 융성인데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다"고 발언했다. 검찰은 이 발언이 블랙리스트 작성의 시발점이라고 봤다. 이 발언 이후 김기춘 전 실장이 청와대 수석들과 문체부 장관 등에게 "정부에 비판적 활동을 한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라"고 지시하면서 블랙리스트 작성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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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에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어떻게 공모했는지 설명 없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 공소장에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언제 어떻게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아내겠다고 모의했는지 설명이 없다"면서 삼성 뇌물 수수 혐의를 부인했다.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 독대 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요구를 받았다면 왜 두 달여 시간이 지난 뒤 후원을 했느냐"며 연관성이 낮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도 검찰 조사를 받던 당시 "나와 최씨의 관계를 완전히 소설처럼 얘기했다"며 "최씨에게 속았다는 생각에 참담한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삼성 뇌물 수수 혐의와 관련해서는 "최씨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삼성이 그렇게 돈을 보내준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박 전 대통령 측은 "장충동 집을 팔아 삼성동 집을 샀고, 옷값도 전액 지불했다"며 최씨와 경제 공동체라는 검찰 측의 주장에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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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원도 취한 사실이 없다"
유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및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재단 출연금을 받아내서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이익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재단의 돈은 정부 부처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는데 스스로 쓰지 못할 돈을 왜 받아내려고 재단을 만들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공소장에는 대기업들이 재단에 출연을 안 하면 세무조사 등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고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어떤 경위로 어떻게 협박을 했는지 나와 있지 않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제가 (기업 청탁의) 대가로 돈을 받았다면 몰래 받는 것이 상식에 맞지,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재단에 돈을 내라고 할 이유가 없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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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만들라고 지시한 적 없다"
블랙리스트 작성 주도와 관련해 직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김 전 실장의 1심 판결문은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거로 채택했다.

김 전 실장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나 문체부 보고서를 통해 내용을 보고받았을 개연성은 크지만, 증거들을 종합해도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범행을 지시 또는 지휘해 공범으로서의 책임을 진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기록됐다.

블랙리스트를 기획하고 총지휘한 사람은 김 전 실장이고, 박 전 대통령은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박 전 대통령 측이 문화·예술계 인사 지원 배제를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를 들은 기억이 없고 만들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며 "특검 수사 이후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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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고인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 앉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공판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에서는 10월 16일 전에 1심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최씨 공판과 병합해 매주 3~5차례씩 진행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연이은 공판에 지친 듯 허리 통증으로 병원으로 호송되기도 했으나 재판이 없는 날에 치료를 받아 공판은 차질 없이 진행됐다. 이렇듯 '강행군' 공판에도 박 전 대통령 구속 만기일 전에 1심이 선고되기는 어렵게 됐다. 구속 만기일 일주일 전(10월 10일)까지도 증인 신문 일정이 잡혔기 때문이다. 통상 형사재판에서 증인 신문이 마치면 검찰이 구형하는 결심 공판이 열리고, 그로부터 대략 2주가 지나야 선고가 이뤄진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일이 코앞으로 다가와 구금 기간 연장이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18개 혐의로 기소했지만, 그중 롯데 측으로부터 70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와 SK 측에 89억 원의 뇌물을 요구한 혐의는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9월 26일 법원에 이 두 가지 혐의를 적용해 박 전 대통령의 재구속을 요청했다.

검찰은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증인 신문이 늦어졌다"면서 "오는 10월 10일부터 30일까지 총 12번 기일에 걸쳐 증인을 순차적으로 신문해야 하며 그 뒤에도 공소사실 입증을 위해 다수의 증인 신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측 유 변호사는 "롯데와 SK 뇌물 혐의는 이미 재판에서 심리가 거의 끝났다"면서 "구속영장은 수사 필요성에 따라 발부되는데 심리가 끝난 사건은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재판부에 "박 전 대통령은 고령의 연약한 여자"라며 "매주 4차례 재판을 받는 자체가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피력한 바 있다.

재판부는 추석 연휴 이후인 오는 10월 10일까지 검찰과 변호인 측의 의견서를 받아본 뒤 구속영장 청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 박 前대통령 구속 연장 요청]

[박 前대통령 측 "심리가 끝난 사건에 대해 추가 구속 필요없다"]

[박 前대통령 공판 중 지친 듯 갑자기 엎드려]

[박 前대통령, 허리통증 호소… 서울성모병원서 진료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