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마무리된 2018 뉴욕 패션 위크의 볼거리 중엔 현장을 찾은 거리의 패셔니스타들도 있다. 올해는 특히 파란색 코트와 빨간색 바지와 같은, 마치 보색 대비를 하듯 두 가지 이상 원색이 조화를 이룬 '컬러 블로킹 룩'을 선택한 이가 많이 눈에 띄었다. 그 덕분에 무채색의 뉴욕 거리가 환하게 물들었다. 컬러 블로킹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레트로(복고) 트렌드. 원래는 몬드리안의 그림처럼 색상을 조합하거나 복잡한 계단 모양을 뜻하지만 패션 용어에선 강한 원색끼리의 조합을 일컫기도 한다. 대비를 통해 묘하게 어울림을 만들어 '하나의 새로운 룩'을 창조하는 것이 컬러 블로킹의 매력이다.
최근 패션 업계는 많은 부분에서 반대되는 두 가지 개념이 '정반합'을 이루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패션과는 거리가 먼 긱(geek·공붓벌레)에서 영감을 받은 긱 시크(Geek Chic) 패션이 그 예다. 구찌와 발렌시아가 등의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재해석해 선보였다. '재미없고 오래된 브랜드'라는 인식으로 소비자들 관심에서 멀어졌던 구찌가 이를 통해 부활했다. 기존 모노톤의 절제된 색감이나 디자인과는 반대되는 화려한 색감의 꽃, 나비, 도마뱀 등 자연에서 영감 받은 모티브를 한껏 사용해 새로운 구찌를 성공적으로 창조해 냈다. 올해 18년 만의 최고 매출도 기록했다. 클래식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과 젊은 감각의 스트리트 패션계 대표주자인 슈프림의 협업 제품은 구매 열기가 너무 뜨거워 주위 상점 영업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판매가 중단될 만큼 인기가 대단했다. 서로 모순된 개념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하이컬처와 서브컬처가 충돌하고 재해석된 결과물이다.
헤겔이 모든 성장과 발전은 모순과 대립을 거쳐 이루어진다고 한 것은 패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나의 트렌드가 지배적인 조류가 될 때(정), 그에 반하는 성향(반)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두 트렌드는 융합(합)의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트렌드(합)를 탄생시키는 패션의 혁신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