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유명한 예술가의 것이라고 해도, '똥'이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을까. 될 수 있다!
1960년대 초 요절한 이탈리아의 한 전위예술가가 자신의 똥을 담았다며 지난 1961년 5월 발표한 이 '깡통'은 현재 수억원 대에 거래되고 있다.

1961년 5월 제작된 이탈리아 예술가 피에로 만초니의 작품 ‘예술가의 똥(Artist’s Shit)’

이 배설물의 주인은 당시 권위적인 미술품 시장에 회의적이었던 이탈리아의 전위 예술가 ‘피에로 만초니(Piero Manzoni)’. 1963년 29세로 숨진 만초니는 미술과 미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이 많았고,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

피에로 만초니의 생전 모습

그렇게 탄생한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자신의 배설물을 담았다는 ‘예술가의 똥(Artist’s Shit).’ 모두 90개가 제작됐고, 각 깡통엔 1번부터 90번까지 번호가 매겨졌다. 깡통엔 ‘정량 30g. 신선하게 보존됨. 1961년 5월 제작’이라고 쓰인 라벨이 붙었다.

그의 ‘똥’이 담겼다는 깡통들은 당시에도 엄청난 가격에 팔렸다. 만초니는 이를 금(金)시장에서 팔았는데, 1962년 8월에 발행된 영수증에 따르면 한 캔이 무려 18K 금 30g에 팔렸다고. 그의 똥 30g이 30g의 금과 같은 가치를 지닌 것이었다.

지금은 이보다 훨씬 더 비싸게 평가받는다. 2007년 영국의 테이트(TATE) 미술관은 4번 깡통을 3만 달러(약 3400만원)에 구매했다. 같은 해, 또 다른 깡통 하나는 이탈리아 밀라노 경매장에선 무려 10만 8000달러(1억 2000만 원)에 낙찰됐다. 작년엔 54번 깡통이 24만 2000달러(약 2억 7000만 원)에 팔렸다. 현재 이 깡통 한 캔의 가치는 무려 30만 달러(약 3억4000만 원).

만초니가 이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2차 세계대전 후 경제 활황기에 부(富)를 과시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사려 했던 예술품 수집가들에 대한 비판과 풍자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이 밖에도 자신의 엄지손가락 지문을 새긴 달걀, 자신의 숨(breath)이 담긴 풍선 등 도발적인 작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90개의 깡통에 진짜로 만초니의 똥이 들어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동료 예술가였던 아고스티노 보날루미는 사실은 깡통 속에 ‘석고 반죽’이 들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무도 깡통을 열지 않는다. 깡통의 내용물이 확인된 순간, 작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1989년에 딱 한 번 한 주인이 열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 안에 또 다른 깡통이 있었다고 한다. 그 주인은 깡통을 더 열지 않았고, 그래서 내용물은 계속 미궁 속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