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됐던 '사법부 코드 인사'에 제동이 걸렸다고 평가했다. 야당들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부처 장관뿐 아니라 중립성이 보장돼야 할 사법부 인사들도 좌편향 코드 인사로 채워넣는다고 해왔다. 그중 대표적인 사법부 코드 인사로 김이수 후보자와 앞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목돼왔다. 특히 12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사법부 중립성 문제를 놓고 보수-중도-진보가 크게 충돌하는 전장(戰場)이 될 전망이다.

야당들이 김이수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지목한 대표적 이유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통진당 해산 결정 외에 군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법률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내 기독교계의 반발을 샀다.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경우 명시적 낙마 사유는 '주식 투기 의혹'이었지만, 야당들은 이 후보자의 정치 편향을 집중 공격했다. 이 후보자가 일부 민주당 의원에게 후원금을 내고, 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지 선언한 게 문제가 됐다. 야당 관계자는 "이 후보자의 정치 성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송곳 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비위가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11일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왼쪽 사진).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11일 서울 서초구 사법발전재단에 마련된 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특히 보수 야당인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문 대통령이 추천한 사법부 인사들의 편향성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이번 김이수 후보자 표결에도 두 정당은 총동원령을 내려 부결을 독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민의당 또한 계속되는 현 정권의 좌편향·코드 인사에 불만이 응축돼왔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자유투표였지만, 계속되는 불통 인사에 한 번 정도는 국회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대통령의 각종 코드 인사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며 "대통령이 사법부 구성 등 인사를 함에 있어서 좀 더 중립적이고 널리 인재를 구하라는 국회의 요구"라고 했다. 앞서 국회에서는 박정화·조재연 대법관 임명동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편향적 인사라는 논란이 적었기 때문에 별다른 이의 제기가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기류 때문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국회 임명동의안 통과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21일 지명된 김명수 후보자는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이력 등으로 인해 '사법부 코드 인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야당들이 사법부 코드 인사에 신경을 더욱 쓰는 또 다른 이유는 현 정권에서 사법부의 양대 축(軸)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인적 구성이 크게 바뀌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5년 임기 내에 대법관 13명 가운데 12명을 교체한다. 이미 지난 7월 변호사 출신인 조재연 대법관과 여성 법관 출신인 박정화 대법관을 임명했고 앞으로 10명이 더 남아 있다. 이 중 특히 내년에 대법관 6명이 대거 교체되는 까닭에 법조계에선 내년이 대법원의 주류(主流)가 '보수' 쪽에서 '진보' 쪽으로 바뀌는 해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1월엔 김용덕·박보영 대법관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고, 8월에는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이 교체된다. 법원행정처장을 맡고 있는 김소영 대법관도 11월 퇴임한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처럼 국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통과해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김이수 부결, 상상도 못했다…야당 무책임의 극치"]

[김명수, 친전교조 판결 등 편향성 논란]

헌법재판관은 내년 9월 김이수·이진성·김창종·강일원·안창호 재판관 등 5명의 임기가 동시에 종료되고, 최근 이유정 후보자가 낙마함에 따라 내년까지 재판관 6명의 교체가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은 2019년엔 조용호·서기석 재판관 후임도 임명하게 돼 있어서 문 대통령 임기 중에 헌재재판관 9명 가운데 8명의 얼굴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과 대법원장, 국회가 각각 3명씩 인선권을 행사하는 헌법재판관은 대법관과 달리 헌재소장과 국회 선출 몫 3명에 대해서만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치게 돼 있다. 국회에서 선출된 재판관은 김이수·강일원·안창호 재판관이다. 김이수 재판관은 현 여당(당시 민주통합당)이 추천했고, 강 재판관은 여야 합의, 안 재판관은 야당(당시 새누리당)이 추천했다. 낙마한 이유정 후보자 후임과 조용호·서기석 재판관 후임은 대통령 몫이고, 이진성·김창종 재판관의 후임은 대법원장이 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