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퍼졌던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충격이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가해 학생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네티즌들은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부장판사가 해당 사건을 맡아달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천종호 판사는 2013년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 역임 시절 SBS '학교의 눈물 1부-일진과 빵셔틀 편'에 등장하면서 알려졌다. 2013년 1월 13일 방영된 방송에서 천 판사는 사건을 저지른 아이들을 따끔하게 혼내거나 속시원하게 훈계를 해 깊은 인상을 줬다.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 "판사의 일침이 속 시원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오면서 이른바 '호통판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천종호 판사(52‧사법연수원 26기)가 처음 소년보호재판을 맡게 된 건 2010년 2월 창원지방법원에서다. 보통 1년 정도만 맡는다는 소년보호재판을 천 판사는 8년째 맡고 있다. 그간 약 1만 2000명을 재판했다. 2013년 2월 부산가정법원으로 옮긴 후 현재까지 부산가정법원 소년부 부장판사로 역임 중이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과 소년법 폐지에 대해 천종호 판사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을 천종호 판사님이 담당하길 원하는 네티즌들이 많은데, 심경이 어떤지?
"(허허) 이에 대해선 뭐라 말할 게 없다. 아이들 문제에 대해선 참담한 심정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가해 학생들이 직접 피해 학생의 사진을 올렸다. 조사 결과 보복 범죄라고도 하는데, 이런 점들이 가해 학생들이 받을 처벌에 영향을 끼치는가?
"어떤 사건이든 현장성이 높으면 처벌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나와 일반적으로 형이 높아지는 편이다. 보복 범죄 또한 일반적으로 다른 범죄보다 더욱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다."
-피해 학생의 상흔이나 CCTV 영상을 보면, 그 잔인함 때문에 사람들이 더욱 분노했다. 가해 학생들 폭력성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가정에서 일차적으로 폭력을 배운다. 두 번째론 사회다. 우리 사회가 드라마에서 손찌검하거나 머리를 툭툭 치는 장면을 대수롭지 않게 보여주는 것부터 문제라고 생각한다."
-(네티즌들의 바람대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을 담당하게 되는 건지?
"현재 가해자 4명 중 3명이 만 14세 이상인데 이렇게 되면 검사의 의지에 따라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 나머지 한 명은 만 13세로 촉법소년(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으로 형사책임이 없는 자)이어서 소년보호처분을 받을 듯하다. 만약 검찰이 만 14세 이상 가해자 3명을 기소하면 부산지방법원 서부 지원 관할이라 그쪽으로 사건이 넘어간다. 거기서 판사님이 소년보호처분이 적절하다 싶으면 이곳 가정법원 소년부로 보내실 수도 있고 형사 처벌을 내려야겠다 싶으면 다른 징역형 등을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소년법 폐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도 엄벌주의에 속하고 흉악범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처벌하자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소년법을 폐지하면 성년과 미성년자를 동등하게 취급하게 되는데 이는 대한민국 법체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미성년자는 그의 능력과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나이를 기준으로 법적으로 성인과 다른 취급을 받는다. 그 배경에는 미성년자와 성년자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게 하는 것은 소수와 약자 보호 입장에 맞지 않으므로 특별한 취급을 해야 한다는 사상이 깔린 것이다. 이는 전 세계 모든 법체계를 지배하는 원칙이다.
소년법을 폐지하는 것은 미성년자에 대해 성인과 동등한 취급을 하자는 건데 그렇게 되면 다른 법 영역에서도 동등한 취급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14세면 어른인데 동등하게 처벌하자'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러면 미성년자들이 '선거권부터 달라'고 나올 수도 있지 않겠나. 현재 미성년자들은 선거권이 없는 것은 물론, 민법상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유효한 법률행위가 가능하고 일정한 연령 이하면 노동도 하지 못하는 상태다.
따라서 형의 상한을 높이거나 소년원 송치 기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소년법을 개정하는 건 몰라도, 성인과 동등한 취급을 하는 방향으로의 개정이나 폐지는 전체 법체계와 이념상 신중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미성년자 처벌 상한이 충분히 높지 않은가?
"소년 재판은 소년형사재판과 소년보호재판으로 나뉜다. 소년형사재판(벌금, 징역형 등 형법상 형벌을 과하는 재판)은 상한이 15년, 특정강력범죄일 경우 20년이다. 소년보호재판(사회봉사를 명하거나 소년원 수감)은 1호(보호자 감호조치)~10호(2년간 소년원 송치)까지 있는데 10호 처분이 가장 높다. 하지만 10호 처분을 받아도 평균 1년 6개월이면 임시처분을 받고 다 나간다. 엄벌해야 할 아이들은 중하게 처벌해야 하는데, 소년보호재판에서 내릴 수 있는 형량 상한이 2년 밖에 되지 않아 아이들이 교정을 받을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소년원 수가 적어서 처벌 상한을 올리지 못하는 것 같다. 전국 소년원이 과밀상태다. 중한 죄를 저지른 아이들의 경우 3, 4년 교정할 수 있게 하고 싶어도 아이들을 맡길 소년원이 없다. 현재 수감 중인 소년범들도 2년을 다 못 채우고 나가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이 충분히 교정될 수 있도록 머물 시설이 전적으로 미비한 상태다. 일본 경우, 상한 제한이 없어 맡은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 충분히 반성하고 교정되었다고 생각하면 내보낸다. 우리나라에서도 제도와 시설 측면을 고려해 이 부분을 개선하면 좋을 것 같다."
-호통판사 외에 '천10호'라는 별명이 있는데 이도 10호 처분과 관련 있는가?
"제가 전국에서 10호 처분을 가장 많이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제 이름 천종호에서 '종'을 '10'으로 바꿔 별명을 붙였다."
-10호 처분을 내리는 기준이 있다면?
"판사님들마다 조금씩 다르다. 어떤 분은 1호부터 10호까지 평등 분할해놓고 상대 평가하는 분도 계신다. 예를 들면, 살인을 했을 때 10호를 주면 그보다 죄질이 약한 순으로 9호, 8호를 주는 식이다. 저 같은 경우에는 2년간의 교정이 필요하다 싶으면 10호 처분을 한다. 중간 단계인 1년짜리 처분이 없는 것도 10호 처분을 많이 주는 이유 중 하나다. 9호 처분은 6개월 동안 소년원에 송치하는데 대체로 다 채우지 않고 3개월 반 정도 되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처분이기도 하다. 저는 애매하지만 중한 처벌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도 10호 처분을 내리는 편이다."
-촉법소년 연령 낮추자는 의견도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14세면 전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에 속한다. 더 낮추겠다는 건 대한민국의 인권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만약 판사님께 이 사건이 배당된다면 엄벌할 예정이신지?
"(허허) 그건 말씀드릴 수 없다."
-마지막 한 마디
"법을 집행할 때는 책임과 관용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하게 처벌할 때는 처벌하고 처벌이 끝난 후에는 관용의 정신으로 품어야 하는데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는 경우 많다. 처벌한 이후에는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법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