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의 관뚜껑까지 열어가며 친자확인 검사를 했지만, 자신이 친딸이라고 주장한 여성의 말은 거짓으로 판명 났다. 이 여성은 1000억대 재산을 물려받는 대신 유전자검사에 소요된 비용을 물어내야 할 처지가 됐다.

AFP통신 등은 6일(현지 시각) 달리의 묘지에서 시신을 꺼내 DNA 시료를 분석한 결과, 필라 아벨 마르티네스(61)가 달리의 친딸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보도했다.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왼쪽)와 자신이 달리의 친딸이라고 주장해온 필라 아벨 마르티네스(오른쪽).

점성술사인 이 여성은 2007년부터 줄곧 자신이 달리의 딸이라고 주장해왔다. 달리가 1955년 스페인 포트리가트에 체류할 때 그의 집에서 일하던 자신의 어머니와 관계를 가졌고, 이후 어머니가 자신을 임신한 채 다른 남자와 결혼해 이듬해 자신을 낳았다는 것이다.

이 여성은 법원에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스페인 카탈로니아 고등법원은 지난달 20일 달리의 시신에서 DNA를 확보하라는 결정을 내려 1989년 사망 당시 고향 피게레스의 한 극장 지하실에 매장됐던 달리의 관이 28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전문가들은 달리의 피부와 손톱, 뼈 등에서 DNA 표본을 채취해 분석해왔다.

달리 재단은 성명을 내고 “마르티네스가 달리의 생물학적 딸이 아닌 것으로 증명됐다”며 “이제 터무니없고 인위적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다”고 밝혔다.

마르티네스의 주장이 허위로 판명됨에 따라 그녀는 달리의 막대한 유산 일부를 상속받기는커녕 사실관계 확인 작업에 든 비용을 지불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달리의 재산은 그의 작품과 아내가 묻힌 성, 미술관 세 곳 등을 합쳐 약 3억3000만 달러(약 3730억원)에 달한다. 마르티네스 측 소송대리인은 그녀가 달리의 친딸로 판명됐을 경우 달리가 남긴 재산의 약 4분의 1을 차지할 자격이 생긴다고 주장했었다.

달리는 친구인 시인 폴 엘뤼아르의 아내 갈라와 1929년 결혼했지만, 자녀를 두지 않았다. 생전에 성 불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친자확인 소송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