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보다 훨씬 낫네."
4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을 둘러본 취재진과 축구협회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이런 말이 나왔다. 5일 밤 12시(한국 시각) 한국과 우즈베크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 이곳의 잔디 상태는 한눈에 봐도 지난달 31일 이란전을 치른 서울월드컵경기장보다 나았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이 잔디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경기장 광고판 중간중간 'Road to Russia(러시아로 가는 길)'라고 적혀 있는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은 우즈베크 축구 팬들에게 '영광의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이곳은 한때 '아시아의 FC 바르셀로나'를 지향하며 막대한 투자가 이뤄졌던 FC 분요드코르의 홈구장이다. 스타디움은 3만4000석 규모이며, 별도로 클럽하우스와 7면의 훈련장이 있다. 브라질 출신의 레전드 히바우두가 2008~2010년 FC 분요드코르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브라질의 2002 한일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2009년 100억원대의 연봉에 분요드코르를 지휘했다. 이 팀은 2008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며 강호로 자리 잡았다.
화려한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을 조금만 벗어나도 경제난에 처한 우즈베크의 분위기를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도로에는 '불법 택시'로 이용되는 경차들로 가득했다. 미터기가 따로 없어 타기 전에 가격을 흥정해야 한다. 우즈베크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이곳 사회 초년생이 통상 월급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100달러(약 11만원) 안팎"이라고 했다.
우즈베크는 최근 6개월 사이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한다. 화폐가치가 25%포인트 하락하며 인플레이션이 심화된 것이다. 타슈켄트의 한 호텔에서 환전을 위해 미국 달러를 내밀자 직원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바꾸면 1달러당 4250숨(우즈베크 통화)인데, 블랙 마켓(암시장)에서 바꾸면 8000숨 받을 수 있어요." 정식 환전소에서 50달러(약 6만원)를 바꿨더니 5000숨짜리 지폐 42장이 돌아와 지갑에 다 들어가지 않을 정도가 됐다. 현지 주민들도 지폐 세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는지, 타슈켄트 시내 식당엔 어딜 가든 지폐 세는 기계가 마련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