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런 반전 때문에 야구는 마지막 아웃 카운트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

넥센이 3일 고척돔 홈 경기에서 야구 만화에나 나올 것 같은 대역전극을 쓰면서 5연승을 달리던 1위 KIA를 무너뜨렸다. 넥센은 9회초까지 1―7로 뒤지다 9회말 4안타와 볼넷 5개를 엮으면서 7점을 뽑아 8대7로 뒤집기 승리를 거뒀다. 6―7로 뒤진 2사 만루에서 장영석이 2타점 끝내기 중전 안타를 때리며 드라마에 마침표를 찍었다. 9회말에 6점 차를 뒤집은 것은 KBO리그 36년 역사상 처음이었다. 그동안 9회말 최다 점수 차 역전승은 5점 차(4차례)였다.

이날 고척돔은 1만7000장의 표가 동났다. 넥센 팬보다는 KIA 팬이 더 많았다. 8회까지 선발 헥터 노에시의 호투로 7―1로 앞섰을 때만 해도 KIA의 승리 세리머니만 남은 듯했다. 하지만 "큰 점수만 내주지 않으면 된다"는 KIA의 방심과 "한번 해볼 때까지 해보자"는 넥센의 투지가 결합된 화학반응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넥센이 9회말 6점 차를 뒤집는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2아웃 만루에서 끝내기 역전타를 친 장영석(23번)을 향해 동료들은 물을 뿌리며 열광했다. KIA 팬들로선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넥센은 9회말 볼넷과 장영석의 2루타로 무사 2, 3루를 만든 뒤 고종욱의 땅볼과 이택근의 안타로 2점을 뽑았다. 1사 1루에서 점수는 3―7. 갈 길이 멀어 보였지만, 넥센 더그아웃과 응원석에선 오히려 "한번 해보자"는 함성이 커졌다.

이어 볼넷 2개와 삼진 하나가 나오며 2사 만루. 여기서 서건창이 2타점 중전 안타를 때려 5―7을 만들었고, 초이스가 볼넷을 고르며 또 만루를 만들었다. KIA는 9회에만 4명의 투수를 투입하며 불을 끄려고 했다. 하지만 '필승계투조'인 김윤동, 김세현이 이틀 연속 공을 던져 가동하지 못하면서 서서히 다가오는 재앙을 지켜봐야 했다.

넥센은 김하성이 9구 승부(파울 4개) 끝에 김진우에게서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 6―7을 만들었고, 장영석이 김진우에게서 2타점 끝내기 중전 안타를 터뜨리며 드라마의 마침표를 찍었다. 고척돔은 넥센 팬들의 함성으로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넥센 감독 "믿기 힘든 경기. 앞으로 경기에 도움될 것"]

9회 무사 1루서 2루타로 대량 득점의 물꼬를 튼 데 이어, 프로 첫 번째 끝내기 안타까지 터뜨린 장영석은 "내가 해냈다는 생각에 너무 후련했다"고 했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후반 치열한 순위 다툼 속에 남은 경기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위로 포스트시즌 커트라인에 걸려 있는 넥센은 4위 롯데가 5연승을 달렸기 때문에 승차(3.5게임)를 줄이지 못했다. 하지만 추격자들과의 간격은 벌렸다. 수원에서 최하위인 KT에 5대13으로 패한 6위 SK에는 1.5게임, NC에 0대5로 져 3연패 늪에 빠진 7위 LG에는 3게임 차로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