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끓는 중3]
- 내신·수능 엇박자 이중부담
배우는 과목과 시험과목 달라 2가지 공부 따로 해야 해 부담
재수 땐 새로운 과목으로 수능… 패자부활의 기회 너무 좁아져
8월 31일 수능 개편 1년 유예가 발표되자 중3 학부모들 사이에선 다행이라는 반응과 함께 불만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교육부가 1안(네 과목 절대평가)과 2안(전 과목 절대평가) 가운데 양자택일하겠다던 계획을 없던 일로 하고, 중3은 영어와 한국사만 절대평가로 치르는 현행 수능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데 대해선 "바뀌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는 얘기가 많다.
하지만 수능 개편이 1년 유예돼 2022학년도 수능이 크게 바뀌면 재수하기 쉽지 않다는 것에 대한 불만은 크다. 중3 아들을 둔 박혜정(46·서울 양천구)씨는 "만약 우리 아이가 수능에서 삐끗하면 반수나 재수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우리 애가 괜히 교육제도가 바뀌는 바람에 재수도 못 하고 피해 보는 '김상곤 세대'가 되는 거 아니냐"고 우려했다. 중3 학부모인 정진우씨는 "엄마들 사이에는 하향 지원을 하더라도 2021년도 입시에서 끝장을 봐야 한다는 말이 퍼졌다"고 말했다.
중학교 학부모들이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2021학년도 대입에선 소신 지원은 꿈도 못 꾸겠다' '대입 원서 접수 때 눈치싸움이 심해질 것'이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중2, 중3 자녀 둘을 둔 한 학부모는 "애들이 한 살 차인데, 대입 제도가 극과 극인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교과 과정과 수능 과목이 달라 내신 공부와 수능 공부를 따로 해야 해서 부담이라는 불만도 많다. 중3 학부모 정모씨는 "새로운 교육과정은 수업이 토론식·협력식으로 진행되고 내신 시험도 애들 생각을 묻거나 서술형이 많이 나온다는데, 수능은 지금처럼 공부해야 할 것"이라며 "수능 공부는 학원에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3 학부모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이 새로 생겼는데 수능에는 안 들어간다고 해도 내신 비중이 크니까 부담된다"고 말했다.
내년 교육과정을 짜던 교사들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동우 대구 청구고 교육과정부장은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수능 시안 두 가지를 보면서 머리를 싸매가면서 고민한 끝에 내년 1학년 교육과정 편성안을 가까스로 짰는데, 수능 개편 유예로 다시 편성안을 짜야한다"면서 "교육 당국이 설익은 정책을 내놓은 뒤 뒤집어버리면서 현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날벼락 맞은 중2]
- 제도개편 실험대상 1호
외고·자사고·일반고 동시 입시… 내신 절대평가·고교학점제 예정
학부모 "정부가 폭탄 돌려막기… 우리 애 대학 어찌 가란 말이냐"
교육부가 수능 개편안을 1년 미루면서 새 수능을 처음 치르게 되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가 폭탄 맞았다"는 반응이다. 중2 딸을 둔 정아람(42)씨는 "수능 개편안이 중3부터 적용된다고 해 '우리 아이는 선배들 하는 거 보고 따라 하면 되겠다'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능 개편이 미뤄져 너무 당황스럽다"며 "폭탄을 돌려막는 것도 아니고, 중3에 (수능 개편을) 하겠다고 했다가 반대하니 중2에 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특히 교육부가 수능뿐 아니라 고교 학점제,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고교 유형 개편 등 여러 교육정책을 중2를 대상으로 한꺼번에 바꾸겠다고 하자 학부모들은 "대학을 어떻게 가라는 건지 모르겠다" "정책들을 왜 한꺼번에 바꾸는 것이냐" 등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중2 자녀를 둔 정모(47)씨는 "내신이고 학종이고 온갖 것이 다 바뀐다고 하니 '수능이 아예 폐지된다' '개편안 발표가 또 유예된다'는 등 뜬소문이 부모들 사이에 돌고 있다"고 말했다.
초1·중1·중2 등 세 자녀를 둔 김모(43)씨는 "입시를 자꾸 바꾸는 교육부 행태를 보면 자식 세 명이 제각기 다른 입시 제도로 대학에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왜 내가 아이를 셋이나 낳았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중2 학부모들은 당장 내년이면 고등학교를 선택해야 하는데, 고교 선발 체제도 바뀔 것으로 보여 걱정이 크다. 교육부가 이르면 내년 고교 입시부터 외고·자사고·국제고의 우선선발권을 없앤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목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학부모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수능이 절대평가가 되면 자사고·특목고가 유리한 게 아니냐" "특목고에 진학했는데, 일반고로 전환되면 손해 보는 거 아닌가" 같은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서울에 사는 중2 김모(14)군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는 상태에서 내신을 잘 받을 수 있는 일반고로 가야 하는지, 비(非)교과 준비를 잘 해주는 특목고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절대평가 확대로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학종이 확대될까 불안하다는 의견도 많다. 한 중2 학부모는 "학종으로 대학 가려면 '부모가 아이 매니저가 되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부모가 챙겨줘야 할 게 많다"며 "학종을 계속 확대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