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느닷없는 거래를 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마지막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은 31일(미국 시각)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북의 목표는) 북·미 직접 대화에 들어가기 위해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거대한 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혼자 행동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할 수 없는 협상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것을 '위험한 거래'라고 표현했다.
미국 내 이런 우려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허 행태가 누적되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화염과 분노" "김정은 합리적" "대화는 길이 아니다"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태에서 일관된 것은 북핵보다는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김정은이 ICBM 완성을 전후해 '거래'를 제안하면 트럼프가 덫에 걸려들 가능성이 있다. 덫이란 북의 ICBM 동결 대가로 제재 완화, 한·미 훈련 축소·중단을 주고받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의 핵보유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된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를 우려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 정부 반대로 미국의 대북 군사 조치가 불가능하고 유엔 제재도 중·러라는 구멍이 있는 상황에서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 외에 다른 예상을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트럼프·김정은의 위험한 거래는 최악의 경우 주한 미군 지위 변경, 축소나 철수까지 내달릴 수 있다. 트럼프의 미국 내 정치 입지가 어려워질수록 대형 이벤트를 원하는 트럼프의 모험 위험성은 더 커질 것이다.
트럼프·김정은 거래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새 정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변수가 될 것이다. 이를 사실상의 북핵 인정과 한국의 핵 인질화라고 반대할 수도 있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시작'이라고 반길 수도 있다. 새 정부 인사들이 '핵 동결이 입구이고 핵 폐기가 출구'라는 말을 해 온 것을 보면 환영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김정은은 핵을 포기할 리가 없다. 출구 없는 동굴로 들어서는 것이다. 그 동굴 속에서 '핵 인질로 살 수는 없다'는 주장과 '핵전쟁보다 평화가 낫다'는 주장이 부딪치는 남남갈등이 벌어지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